지난 10월 23일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2026년까지 공사 직원 2212명을 감축하는 인력 감축안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이 밝힌 인력 감축안은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인데, 인력 감축 규모는 공사 전체 정원(1만6367명)의 약 13.5%에 달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감축안을 들여다보면, 차량관리소 업무 자회사 위탁, 냉방기 정비 도장 작업 위탁 확대, 1~4호선 구내 운전 업무와 특수차 운전 자회사 이관, 궤도 유지‧보수 외주 위탁 등이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는 지방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와 인력효율화를 명분으로 핵심-비핵심 업무를 분리하고 비핵심 업무의 필요 인력을 외주화해 서울교통공사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지하철 운행을 위해 필요한 업무를 핵심과 비핵심으로 나눌 수 없다. 핵심-비핵심 업무로 나누는 방식은 외주화를 합법으로 보이게 하는 전형적인 꼼수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업무 외주화를 통한 인력감축 방안은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던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가 던진 사회적 교훈을 망각한 심히 위험한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7년 전 2016년 5월 28일, 서울메트로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선로 쪽에서 19세의 청년 하청노동자 김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구의역 김군의 죽음은 2013년 1월 19일 성수역 사망사고, 2015년 8월 29일 강남역 사망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였다. 앞선 두 사건은 개인의 부주의로 종결 처리됐고,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또한 개인의 부주의로 책임 전가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도해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의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진상조사 결과, 김군 사망사고는 서울메트로를 포함한 정부와 서울시의 공공부문 경영 합리화를 앞세운 무리한 인력감축과 이를 위한 업무의 외주화가 그 주된 원인임이 밝혀졌다.
진상조사단 보고서는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는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은 공공부문 경영효율 정책의 결과다.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핵심은 비용 절감이었고, 비용절감을 위해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이를 공기업 선진화・정상화라고 추켜세웠다. 안전을 위한 규제마저 경영효율에 대한 걸림돌로 취급하는 정책 기조 하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산업안전과 안전매뉴얼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보고서는 "구의역 사고는 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소통의 단절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외주화된 노동자로의 구분과 차등은 업무에서의 평등한 관계 형성을 방해하며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는 원만한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유기적 연계 업무에서 소통의 장애는 결국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적고 있다.
2인 1조 안전 수칙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은 결국 1인 업무를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불법 파견을 회피하기 위한 관제소와의 직접 소통 단절은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진상규명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은 지하철 운행과 관련된 유기적 업무들에 대한 외주화 철회와 업무 통합을 권고했고, 고용 구조에서의 직제의 일원화를 권고한 바 있다.
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도 인정하듯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와 운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지하철 기본요금 등이다. 지하철 적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 65세 이상 무임 승차분은 복지를 위한 법·제도와 정부 정책에 의한 것으로 공익서비스비용(PSO)으로 국비 보전을 위한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적자의 근본적인 대책은 제쳐두고 경영 효율화로 포장해 추진되는 인원 감축과 업무의 외주화는 다시 '위험의 외주화'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구의역 김군의 죽음으로 겨우 한걸음 내디딘 지하철 안전을 다시 과거로 되돌리려는 위험한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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