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에 대해 상영금지를 결정했다. 여성계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제작진 측의 반성을 촉구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서울시가 지난 7월 제기한 <첫 변론>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20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화를 통한 주된 표현내용은 진실이 아니고, 만일 이 사건 영화가 상영·공개될 경우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앞서 영화의 제작진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측은 해당 영화에 대해 "박원순 사건의 전후 상황을 살피고, 다양한 증언을 모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화의 내용이 "망인과 피해자의 관계, 서울시 비서실의 업무 관행, 피해자의 업무특성, 성희롱 피해자의 특수성 등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망인에게 유리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피해자의 단편적인 일부 언행을 들어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내용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릴 당시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의 위계 관계 △고통과 별개로 친밀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해의 해당 판결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비록 항소심이 진행중이기는 하나 망인의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의 존재는 인권위 조사절차 및 행정소송절차 내에서 충분히 심리를 거쳐 재차 인정된 것"이라며 "(영화 내용은) 가해행위의 존재를 합리적 이유없이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그 표현하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영화가 상영, 공개될 경우 이를 접한 관객들은 피해자가 망인에 대한 허위의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는 등의 인식을 갖게 될 개연성이 크"다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가해행위가 행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여성계에선 "다큐의 피해자 인격권 침해, 정당화될 공공의 이익 없음을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21일 오전 성명을 내고 "다큐멘터리는 피해자가 상담자에 영향을 받은 허위기억이었을 것이라는 가정, 전문가 인터뷰, 재연, 피해자가 평소에 밝고 열심히 일했다는 인상비평 등을 통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려낸다"라며 "(이는) 피해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일 뿐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가 이미 국가기관에 진술하고 자료를 제출하고 판단받는 과정 자체를 부인하고 와해하는 시도를 펼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첫변론>을 광고하고 알리는 대부분의 게시글에는 피해자,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 피해자 변호사, 미투운동, 페미니즘에 대한 원색적인 조롱과 욕설이 도배되어 왔다"라며 "(해당 영화와 같은)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고, 피해자를 부정하고, 피해자 조력자들을 음해하는 행위는 2차 피해로 이 사안을 뒤덮이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첫 변론>의 제작사, 감독, 후원자들에게도 "인격권 침해를 멈추고 공공의 이익으로 나아가기 바란다"라며 "맹목적인 성폭력 부정주의 멈추고 2차 가해에 가담하지 않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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