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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확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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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확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국제유가 7월 대비 20% 넘게 올라…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졌다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짧은 기간에 무섭게 치솟으면서 고물가-저성장세가 이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4달러(1.85%) 올라 배럴당 90.16달러가 됐다.

연중 최고가다. WTI가 배럴당 90달러를 웃돈 것은 작년 11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일찌감치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후 다시 80달러대로 떨어졌으나 8일 재차 90달러 고개를 넘었다. 이날(14일) 현재 런던 ICE 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82달러(1.98%) 오른 93.70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올해 최고가다.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공급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하루 1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조치를 올해 12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러시아도 원유 수출량을 하루 3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감산 조치가 시작된 지난 7월만 해도 국제 유가는 70달러 선에 거래됐다. 7월 5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6.65달러를, WTI 선물은 71.79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14일) 기준 상승률이 브렌트유 22.2%, WTI 25.6%에 달한다.

▲최근 6개월간 브렌트유 가격. ⓒFinancial Times 보도에서 캡처

관련해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거래 수석 부사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로 휘발유와 경유의 수요가 커짐에 따라 최근 2~3주간 국제 헤지 펀드가 원유 선물 매입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요가 커지는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시장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와 사우디가 북반구 에너지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겨울철에 공급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보고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이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올해 4분기까지 상당한 규모의 시장 적자가 예상된다"며 "석유 재고량은 불편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이에 따라 "취약한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변동성이 다시 급증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작년 3월 18일 독일 엠리히하임의 오래된 유전에서 윈터샬 DEA 펌프잭이 원유를 추출하는 모습. ⓒAP=연합

이로써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세계를 강타한 물가 오름세가 하반기 더 커질 가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특히 글로벌 시장 참여자의 희망 섞인 관측이 완전히 현실과 어긋남을 보여주는 결과다.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물가 오름세가 완화하자 월가를 중심으로 이제 물가와의 싸움은 끝났다는 기대 섞인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물가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시장은 하반기 유동성 장세가 주도하는 경기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한국 금융권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여름을 지나며 완화한다는 전망에 기대 기준금리 하향 가능성을 논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한국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측한 것 역시 물가 오름세의 완화 가능성에 기반했다.

그 기대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유가 상승세에 반영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방향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올해를 끝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없으리라던 시장의 기대는 앞으로 불투명한 영역에 들어가게 됐다. 심각한 물가 오름세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 7월부터 이번까지 총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이날 3종의 정책금리를 일제히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예치금리(데포금리)는 4.0%까지 올라갔다. 유로존이 출범한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앙은행이 물가와 싸우는 동안 정부가 재정을 풀어 물가 오름세와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그림이 현재로서는 유의미한 대응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미 내년 예산을 역대급으로 축소하는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로서 정부가 유가와 관련해 내놓은 정책은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 조치를 연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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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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