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전당대회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공개 행보를 멈췄던 수도권 4선 나경원 전 의원이 인구‧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단체를 창립하며 중앙정치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열린 이 행사에 당 지도부도 총출동해 힘을 실었다.
나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은 24일 국회 도서관에서 창립 포럼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은 포럼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복귀 배경으로 꼽히는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수도권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며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이 사무총장의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오늘은 제가 창립총회를 하는 것"이라고 답을 피했다. '총선을 앞두고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포럼 인사말에서 나 전 의원은 "지난 6개월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지역 경로당부터 아이 어머니까지, 또 '나봉'이라는 '나랑 함께 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도 했다"며 "그렇게 하면서 정말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해야 할 때 아닌가 하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인구와 기후 포럼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아침 오랜만에 여의도에 오면서, 평소 지역에 있으니 셔츠에 운동화를 입다가 오늘 전투복을 오래간만에 입고 왔다. 정말 모처럼 정장을 입으면서 전투복을 입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얼굴을 비쳤다.
축사에 나선 김 대표는 "그야말로 보수당의 아이콘이고 또 최고의 리더 아니겠나"라고 나 전 의원을 치켜세운 뒤 "나 전 의원이 (인구‧기후 문제에서) 깃발 들고 나를 따르라 했기 때문에 열심히 따르려 하는데 그래도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려면 (국회의원) '뱃지'가 필요하다. 계급장이 있어야 일하지 않나"라며 "나 의원님이 계급장 반짝반짝 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두에서 앞장서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도 "나 대표님은 우리 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고 또 지금보다 앞으로 더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하실 분"이라며 "함께해주신 분들 다 나 대표님 좋아하시고 앞으로 나 대표님이 큰일을 하도록 기대하고 성원하시는 분들로 안다. 더 힘 모아서 응원해주시면 우리 대표님이 큰 꿈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 국회에 복귀한 '윤핵관' 권영세 의원도 축사에서 "나 대표께서 잠시 쉬고 계신데 이런 행사 한다니까 대단하다. 대단하신 분들이 자리를 꽉 메워주시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데 그럼에도 부족하다"며 "여기 앉아계신 여러분들께서 얼마 안 있어서 나 의원이 더 활동할 수 있게 밀어주시면 정말 대단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힘 3.8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중앙정치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나 전 의원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기록했지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및 기후대사 해임, 초선의원 48명 비판 성명 등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중견제를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뒤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며 '윤심 후보'로 불렸던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4선 중 3번을 수도권에서 당선된 데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 경험도 있는 나 전 의원이 지금 시점에 정치활동을 재개한 배경에는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의 영향이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 원내대표에게 패했던 수도권 4선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을 당 중앙위원회 의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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