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국민의힘 비례대표 윤주경 의원이 보수진영 일각의 이른바 '1948년 건국론'에 대해 "옳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윤 의원은 1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의 '건국절' 주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옳지 않은 것이고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분명히 그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제헌헌법을 만드시면서 누누이 '건국'이라는 말씀은 안 하시고 '재건'이라는 말씀을 쓰셨다"며 "그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경축식'이 열렸던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다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는 "독립운동이 국민국가를 만들고 자유와 법치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런 국가를 건국한다는 말을 우리 독립운동 하셨던 분들도 하셨었다. 그런데 거기서 말씀하시는 건국이라는 것은 새로운 국가를 만든다는 파운데이션(foundation)의 의미가 아니라, 잃어버린 나라에서 새로운 국가를 세우는 건립, 그리고 다시 또 되찾은 나라를 새롭게 만드는 재건의 의미를 가진 네이션-빌딩(nation-building)의 의미"라며 "대통령도 아마 그런 의미에서 건국이라는 의미를 쓰셨을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는 지적에는 "광복절이 되면 광복의 기쁨과 함께 일제에 의한 치욕의 역사를 우리가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치욕의 역사에 대해 사과를 받는 것에 발목이 잡혀서 미래를 열어나가지 못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더 이상은 1948년 8월 15일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났을 때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는 자신감으로 우리가 대일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 있게 리드할 수 있는, 이런 것을 열어나가야 되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마 대통령도 그런 의지를 밝히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공산 전체주의' 등의 이례적 언사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우리 독립운동이 추구한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가진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었고, 아스팔트 위에서 땀과 눈물을 흘렸던 민주화 세력 역시 추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어제 (대통령의) 그 말씀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추구하고 있고, 그것을 지키고 있고, 그 모든 독립운동과 민주화 세력 모두는 공산전체주의를 배격했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무슨 갈라치기라든지 새로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건국운동' 발언을 '재건의 의미'라고 해석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나 언론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김성태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윤 의원과는 정반대로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서의 입장은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우리가 만들기 위해서 항일운동을 한 것이고, 그 항일운동은 건국운동이다'(라는 것)"라며 "건국 논쟁도 어떻게 보면 선을 그어버리는 그런 입장이다. 명확하게 1948년, 우리가 광복 이후에 일제의 식민 압박, 자유와 인권이 실종된 가운데 우리가 다시 나라를 찾은 그때를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언론 역시 보수-진보성향을 막론하고 해석이 갈리고 있다. 16일자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건국운동'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는 보수 학계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는 풀이가 나온다"며 "특정 시점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독립운동 전체가 건국의 과정(네이션 빌딩)'이라고 말함으로써 건국절 논쟁을 피하고 보수 진영 내부의 갈등 요소를 덜어내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도 이와 유사하게 "1919년 건국론과 1948년 건국론으로 양분된 보수 진영의 역사 논쟁을 종식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완결성을 구축하려는 발언"이라는 해석을 했다. <세계일보>도 "이른바 '건국절'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1919년과 1948년 중 어느 시점 하나를 콕 집어 건국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한국은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주장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반면 같은날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수층에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며 1948년 건국론을 띄우고 있다. 윤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며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전날 MBC <뉴스데스크>도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에 건국됐다는 일부 보수세력의 건국절 주장과 같은 맥락", "건국운동이라며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1948년 8월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일부 보수 세력의 건국절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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