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 정치권과 역사학계 일각의 관심은 이명박 정부 뉴라이트 운동에서부터 비롯된 이른바 '건국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내놓을 것이냐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은 '건국운동'으로 규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끈 대목은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그 부친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최근 언론 지면에서 공개적으로 '건국론'을 반박한 것이다.
이 광복회장은 광복절 당일 <조선일보> 지면에 기고한 '8.15 시론 : 해방은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 제하 글에서 "건국절을 제정하자고 하든 그렇지 않든,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발상을 공유한다. 일제 지배가 합법·유효했기 때문에 대한제국은 소멸했고, 대한민국이 신생국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라며 "그런 주장이 이승만 대통령과 역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이미 지적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역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설령 일본이 강제로 점령했다 하더라도 나라는 있었고, 주권 행사가 어려웠을 뿐이다. 대한제국이 소멸되고 나라 전체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보는가? 아니다. 일본의 군사적 강점은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무효"라며 "이런 주장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우리 정부의 주장이고, 한일병탄에 이르는 일제와의 모든 조약이 원천무효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한일기본조약에까지 반영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독립선언이 있고나서 세계 곳곳에 임시정부가 세워졌다"며 "그해 9월 각지의 임시정부가 통합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출범했는데, 우리는 이를 '건국'이라 하지 않고 임시정부 수립이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졌기에 그에 반하는 '1948년 건국론'은 해묵은 주장이 됐다"며 "(나는) 1919년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이는) 신생국이 탄생했다는 건국론이 아니다. 왕정을 종식하고 민주공화정을 선포했음을 기념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철우 교수는 전날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칼럼 '건국 타령, 이제 그만'에서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주장은 15년쯤 전, 이명박 정부 출범 전후에 등장했다"며 "그 주장은 정부에 의해 공식화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걸 공식화시키려고 주장한다면, 그 타당성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하는데, 1948년 건국론자들이 설득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48년 건국론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신생국을 탄생시켰다는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는) 일제의 강점을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 앞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 역시 그 부친과 마찬가지로 "건국론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가 있었다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즉 대한제국이 망해서 없어졌고 한국인은 모두 일본인이 되었다가 미군정을 거쳐 1948년 8월 15일에야 주권국가가 됐는데 그것이 건국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논리는 건국론자들이 '건국 대통령'으로 모시려는 이승만 대통령 본인에 의해 부정됐다. 이 대통령은 일제의 지배는 국제법적으로 불법·무효이므로 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한인의 국가는 의연히 존속했다는 믿음을 일관되게 실천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부도 일제 강점의 불법성 인식을 양보할 수 없는 전제로 삼았다"고 그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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