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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건설 붕괴현장, 무너진 것은 짓다만 건물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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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건설 붕괴현장, 무너진 것은 짓다만 건물뿐인가?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감정평가가 부동산 투기를 낳지 않으려면?

지난 4월 인천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주차장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10월 완공 예정이었던 16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설현장 외벽 붕괴사고로 6명의 현장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불과 1년여 전인 2022년 1월이었다. 2021년 6월에는 광주 학동 재개발사업 철거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도 있었다. 2020년 4월에는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여 현장근로자 38명이 사망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설계, 시공, 감리, 다단계 하도급, 안전관리 등 건설공사 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누적되어 연속적으로 대형사건·사고로 터져 나오고 있는데, 문제의 원인이 해소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해소되었다면 유사한 성격의 사고가 반복될 리 없다.

문제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돈이다. 이익을 키우고 무리하게 비용을 줄이려하다 발생한 사고다.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낮은 비용을 제시한 곳이 입찰하는 하도급 공사 관행으로 기업은 숙련된 건설기술자를 육성하기 어려워졌다. 비용을 줄여야하니 노동자 처우는 열악하고 일터는 위험천만하다. 건설현장에는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 자리를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하도급업체는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근과 같은 자재를 누락하였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건설 현장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공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감리를 시공사나 발주처가 직접 선정한다. 그러니 발주처로부터 일을 수주해야하는 감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어렵다. 발주처 또는 시공사가 감리를 선정하고 감리 비용을 지급하다보니 꼼꼼하고 엄격하게 관리 감독을 하면 신속하게 공사를 완료하고자 하는 발주처의 이익에 반하게 된다. 감시 감독기능인 건설감리 본래의 업무보다 LH공사 출신의 퇴직 직원들을 영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LH공사로부터 업무수주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된다.

감정평가사 독립, 쉽지 않다

부동산 가격을 감정평가하는 감정평가사 또한 어떤 면에서는 건설감리의 역할과 비슷한 면이 있다. 감정평가사는 의뢰인(발주자)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감정평가해야 한다. 최대한 적은 보상금을 지급하고 강제수용하려는 사업시행자, 많은 보상금을 받으려는 토지소유자, 많은 대출을 일으키려는 금융기관, 세금을 적게 내려는 상속인 등 특정 목적을 위하여 감정평가가 필요한 이들에게 매우 불편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의뢰인이 국가와 같은 공공기관이든, 은행과 같은 사기업이든, 토지소유자이든 관계없이 가격지표, 데이터를 통하여 시장을 분석하고 자산가치를 평가하여,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뢰인이 감정평가사를 선정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에 있다 보니, 독립적인 지위에서 공정한 감정평가를 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때로는 업무수주를 위하여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특정 목적을 위하여 가격 쇼핑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줄타기를 해야 한다. 한 감정평가법인의 대표이사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시세보다 20% 더 높은 가격으로 담보감정평가금액을 결정하라며, 소속 평가사들에게 업무유치를 독려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한 감정법인에서 이런 일을 시작하면 먹고살기 위해 모두 다 그를 따라야한다. 감정평가사간 업무유치를 위한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감정평가전례를 살피다보면 담보감정평가금액이 시세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정평가가 부동산 이해관계자의 뜻을 반영하면 결국 부동산 투기를 낳는다. 퇴직이 목전인 은행 지점장들은 지점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우량한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우량한 부동산을 담보로 한건의 대출이라도 더 취급해야한다. 많은 대출을 받거나 은행을 이용하는 자산가들은 금리에 민감하다. 높게 평가된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해준다. 고금리의 브릿지론과 PF대출을 취급하는 증권회사는 높은 담보평가를 받을수록 우량한 시행사와 시공현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이해관계인들 간 수익을 정점으로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오른다.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소유자에게 현금지급기 역할을 해왔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서 대출이 많이 나온 게 아니라, 자산 소유자들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금융기관과 감정평가사가 서로 경쟁하면서 감정가가 높아졌고 그 결과 대출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올랐던 것이다.

그로 인해 국민 모두가 부동산 불패신화에 빠져 건물주의 꿈을 꾸게 되었다. 부동산만 소유하면 부자가 된다는 환상에 빠져 있으나 실상 부동산을 소유함으로 인해 따라오는 책임과 위험을 제대로 알고 분석할 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업감정'의 피해, 서민에게로 향했다

감정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폐해는 서민에게로 향한다. 지난 7월 감정가를 높여 전세사기에 가담한 브로커일당과 전세사기 일당이 요구하는 금액대로 부동산을 평가한 '업감정' 감정평가사 4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업감정의 실체는 이런 것이다. 2억 원짜리 빌라가 갑자기 100억 원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2억5000만 원이 되거나 3억에서 4억 원까지 오르는 일은 왕왕 일어난다. 전체 주택 중 1%도 되지 않는 강남의 20~30억짜리 아파트 뉴스만 줄곧 나오다보니 2억 정도 되는 빌라 가격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안 그래도 부동산 지식과 정보에 어두운 청년과 서민들은 다세대주택가격 3억이 적정한 지 도무지 감이 없다. 2억과 4억은 두 배의 차이가 난다. 20~30억 매매가를 찍는 고가 아파트에, 10억을 훌쩍 넘는 아파트 전세가격 정보만 쏟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2~3억의 가격은 하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멋모르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전세사기 주택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많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전세대출과 전세보증, 감정평가 과정을 거쳐서 쉽고 빠르게 오른다. 2억 빌라와 4억 빌라의 차이는 제품의 품질과 부동산의 입지에 따른 이유 있는 격차라기보다는 제도를 통해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에 가깝다. 구분소유건물은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라 평가하는데 유사 부동산의 거래사례 가격과 개별요인의 우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그러다보니 큰 대출에 의존한 높은 전세가격이 높은 거래가격을 만들고, 높은 거래가격이 다시 더 높은 거래가격을 만드는 식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는 전세사기집단이나 높은 전세가에 들어가 놓고 보증보험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오는 임차인 의뢰자의 이익에 충실하게 가격을 만들어낸다.

전세사기만 업감정이 되었을까. 감정수수료 50~60만 원에 불과한 2억~3억짜리 빌라 업감정에 브로커들과 결탁한 평가사들은 대부분 거래처도 경력도 없는 저연차 젊은 펑가사들이다. 전세사기 대상 주택 평가는 여러 감정평가업무 중에서 가장 수익이 적고 위험이 큰 기피업무에 가깝다. 청년들이 전세사기에 내몰렸듯이 감정평가시장에서도 청년 감정평가사들이 전세사기 대상 주택 평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직업윤리를 잊은 채, 업무실적을 올리겠다는 욕심과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어떤 로직이든 만들어 가격을 맞춰주겠다며 브로커들과 결탁한 젊은 평가사들은 모두 자기들의 선배로부터 이를 보고 배웠다.

업감정 문제는 수십 년 누적되어온 감정평가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부동산 시장분석과 최유효이용분석, 수익분석을 통하여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가치를 산출해야하는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가격 올리기 경쟁을 통하여 자본과 자산가들의 이익에 복무해온 결과다.

▲대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광역시청 앞에서 대전광역시 전세 사기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정평가사가 자산가 이익에 복무한다면

토지보상법은 보상평가 시에 소유자가 직접 감정평가사를 사업시행자에게 추천하는 소유자추천제도를 두고 있다. 보상절차에서 국가에 강제로 토지 등을 빼앗겨야하는 토지 등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김대중 정부 당시에 도입되었다. 사업시행자가 일방적으로 보상가격을 결정하여 제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보상지역 주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시작된 제도이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과 강제수용제도는 무분별하게 도시를 확장하여 구도심을 퇴락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사실상 대토지 소유자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되어 자산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감정평가사가 자산소유자들의 이익에 복무해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상지역에 소유자추천을 받기위해 영업하러 다니는 평가사들이 많다. 소유자추천 평가사들 중 일부는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여 사업시행자 추천 평가사와의 가격 차이를 크게 벌리고 보상감정서가 쓰이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한다. 소유자들 중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대부분 많은 토지를 소유한 토지 소유자이거나 자기부동산에 대한 애착과 적극성이 가장 큰 그룹이다. 소유자추천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평가사들 사이에서는 평가사가 소유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만들어주기 위한 가격장사꾼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20년 세월 제도가 유지되면서, 결국 감정평가사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토지소유자 권리보호와 적정한 보상 간 균형을 찾기 위해 감정평가사협회 심사제도 등을 통하여 조정하고 있지만, 책임과 권한의 문제, 비용의 문제가 있어 보완할 점이 많다. 결국 소유자추천제는 소규모 토지소유자나 주택임차인, 상가임차인 권리를 뒷전에 두고,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되었다.

소유자추천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시행자가 추천했든 토지소유자가 추천했든, 일방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면밀하고 정교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통하여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힘을 감정평가사 스스로 키우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감정평가 과정을 통하여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갖는 것이다. 개발사업에서 시간은 비용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절차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된다. 신속하고 편리한 보상이나 대출을 위해서 하루 만에, 심지어 몇 분 만에 평가결과가 나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일부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극소수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클릭 한번으로 가격정보를 제공해주는 프롭테크업체들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실거래가, 가격 경쟁으로 높아진 감정가격에 기반한 많은 대출, 이로 인하여 다시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은 가계부채 폭발직전의 사상누각으로 우리 앞에 있다. 우리가 목표와 기준으로 삼아야하는 부동산 가격은 이런 방식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평가사는 실거래가와 평가전례만을 기준으로 삼아 감정평가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수익을 분석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진정한 전문가로 거듭나야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이익을 배제하고 평가사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업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평가사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견제할지, 어떻게 하면 평가사들이 조금 더 충실하고 좋은 감정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지에 관한 답이 되는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기존의 이권카르텔 하에서 촘촘하게 짜여 있는 생태계를 뒤집는 일이기에 기존의 질서 하에서 이익을 누리던 기득권 집단은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쉽고 빠르고 편한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일까?

짓던 건물이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하여 귀한 생명을 잃고,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무너지면 무너진 건물이 존재하는 현장만의 문제이지만, 부실한 시스템 하에서 높이 쌓아올려진 부동산가격이 무너지는 것은 국가의 기반을 뒤흔들 재앙을 부른다. 이때 가장 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다치기 때문이다.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속된 사람은 27세 여성 현장소장과 크레인 기사였다. 발주자인 현대산업개발은 4억6000여만 원 남짓하는 과징금을 내는 것이 다였다. 부동산 가격 붕괴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큰 피해에 직면하는 집단 또한 전세사기 대상 주택의 임차인들이었다. 부동산(자산) 가격이 사상누각이 된 데에는 감정평가사가 자산 소유자들과 이를 둘러싼 산업구조, 부동산 이권카르텔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며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한 것 또한 원인을 제공한다.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구조가 돈과 이익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적은 비용으로 쉽고 빠르게 건물을 짓고, 부동산 가격을 간편하고 쉽게 쌓아올리는 데만 충실했다면, 최근 나타나는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처럼 반드시 그 후과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 후 짧은 기간에 도시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했고, 급속히 경제 발전을 이뤄야만 했던 당시에는 공정과 신뢰, 안전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정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할 때가 되었다. 이는 부동산 감정평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야 할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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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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