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대한노인회 방문에서 '사진 따귀'를 맞은 데 대해 혁신위가 "명백한 폭력"이라고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혁신위가 대한노인회 측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며 여론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후 하루도 채 안 돼 혁신위 대변인이 김 위원장의 문제 발언에 대해 "농담"이라고 표현하는 등 또다시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도 이어졌다.
민주당 혁신위원인 이해식 의원은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의 '사진 따귀'에 대해 "너무나도 모욕적인 행위"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에게도 사과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잘한 일"이라면서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김호일 노인회장이 김은경 위원장 사진 속 뺨을 때린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이 간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해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일까. 사과를 하러 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이 후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르신의 올바른 처신일까"라며 "사과를 하러 간 사람에게 그렇게 대한다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세상 참 불공정하다. 사과하랬더니 '개 사과'를 하지 않나,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함에도 사과의 '사'자조차 꺼내지 않는 것에는 애써 눈을 감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머리 숙인 사람에게 간접 폭력을 행사하고 치욕을 안기는 일을 그저 참고 견디고 넘어가야 하는 세상, 참 비감하다"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논란이 터진 지 나흘 만인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볼때기라도 내가 때리고 이래야 우리 노인들이 분이 풀릴 것 같다"며 김 위원장 사진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저희가 사과를 열심히 드렸는데 사과하는 사람 앞에서 사진을 때리신 걸 보고는 조금 충격적이기는 했다"면서 "어르신께서 조금 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 들기는 했다"고 했다.
혁신위 외부에서도 김 회장의 행동을 지적하며 혁신위를 옹호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사과하러 오신 분에게 과한 행동을 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많은 분들이 화가 아무리 많이 났더라도 사과하러 온 사람에게 저렇게 할 수 있냐 하는 좀 안타까운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라. 사람들의 보편 감정 다 비슷하지 않나"며 이같이 말했다.
강선우 당 대변인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호일 노인회장이 하신 행위에 대해 언론인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여쭙고 싶다"며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에 대해 "사실 농담이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저희가 어떤 세대를 비하하기 위해 한 그런 주장이 아니"라며 "사실 이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 할지 '그런 정책이 있다'라는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디오 진행자가 "농담이었느냐"고 확인차 되묻자 김 대변인은 "네"라고 답하며 '그런 의견이 마치 합리적이고 좋은 것이라는 본인의 의견을 표출한 것 아니겠느냐'는 질문에는 "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이) 일축하셨으니까 저는 그런 의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에서 혁신위 해체 주장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선 "(혁신위는) 9월 초 정도까지 혁신안을 열심히 만들겠다고 얘기를 했다. 지난 한 달 반 정도 많은 연구와 검토를 해서 혁신안이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어차피 조금 있으면 발표하고 문 닫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굳이 이 시점에 자꾸 문 닫아라, 해체하라고 얘기를 하시는지, 그건 저희 혁신안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이 계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 의원님들은 저희 혁신안이 나오는 걸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혁신이 불편해서' 하는 것으로 치부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저희가 일종의 외인구단"이라며 "내부에서는 이해관계 때문에 건드릴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의미로 저희가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은 당의 구조를 개혁하고 기득권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때문에 당연히 당에서는 저희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깁 대변인은 또 당내 민감한 현안인 대의원제 문제에 대해 "대의원제가 권리당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라면 대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데, 지금은 그게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대의원을 선발하는 과정이라든지 구성 같은 것들이 당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해외 사례들도 보면서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양이원영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내 친명계 그룹에서는 혁신위를 옹호하며 이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역공을 가하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르신들께 잘못한 것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걸 구실로 당과 혁신위를 흔드는 분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전날 김 위원장 사퇴와 혁신위 해체, 비대위 전환을 권고한 데 대해 서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께서 우리 당 고문님들의 조언도 정기적으로 잘 듣고 계신다"며 "저는 이 분의 주장을 특별히 또 무겁고 진지하게 답할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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