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31명과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4일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의 당론 추인이 불발되며 '혁신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적극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그 첫 걸음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의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체포특권 포기는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이다. 이에 대해 당 차원에서 추가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춰지고 있다"며 "저희들이 나서게 된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당 차원에서 의총 개최 등을 통해 방탄국회 방지, 불체포특권 포기 등에 대한 민주당 전체 의원의 총의가 모아지기를 바라며 동참 의원들도 추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동참한 의원들은 강병원, 고용진, 김경만, 김종민, 김철민, 민홍철, 박용진, 서삼석, 송갑석, 신동근, 양기대, 어기구, 오영환, 윤영찬, 윤재갑, 이동주, 이병훈, 이상민, 이소영, 이용우, 이원욱, 이장섭, 조승래, 조오섭, 조응천, 최종윤, 허영, 홍기원, 홍영표, 홍정민, 황희 의원 등 31명으로, 비(非)이재명계로 꼽히는 의원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들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를 하기 전부터 입장문 발표에 대한 논의를 해왔으며, 입장문 초안은 이원욱 의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혁신위 1호 혁신안에 대해서 우리 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이 있어서 관철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그저께(12일) 이 문제가 논의돼서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의총 전에 발표할까 하다가 의총에서 이 이야기 나올 것 같아 보류하고 있었는데, 의총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서 뜻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만이라도 입장을 발표하자고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미래' 의원들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불체포특권 포기' 의총 결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3일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혁신위 1호 쇄신안이 추인되지 못했다"면서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혁신위는 당의 윤리성 문제 해결과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출범했다"면서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는 혁신위의 첫 제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마저 않는다면 정부·여당을 향해 날리는 날선 비판도, 국민의 삶을 고민하는 대안 제시도 진정성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정권의 부당한 영장청구, 야당의원의 탄압에 대한 우려는 분명하다"면서도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당당히 맞서야 한다. 국민께 한 약속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불체포특권 포기 의총 결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탄을 위한 회기는 소집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임한다'는 등 실질적 행동에 나설 것" 등도 촉구했다.
더미래 소속 의원은 강훈식, 고영인, 권인숙, 기동민, 김경만, 김성주, 김성환, 김승남, 김영배, 김영호, 김용민, 김원이, 남인순, 도종환, 민병덕, 박완주, 박홍근, 백혜련, 서동용, 송갑석, 신동근, 신정훈, 안호영, 오기형, 오영훈, 우상호, 우원식, 윤관석, 윤미향, 윤영덕, 이동주,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용선, 이인영, 이재정, 이학영, 이해식, 정춘숙, 정필모, 조승래, 조오섭, 진선미, 진성준, 천준호, 최기상, 한준호, 허영, 홍익표, 홍정민 의원 등 50여 명에 달한다.
두 입장문에 모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어제 의총에서 선언조차 못한 것 아닌가.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더미래 내부 분위기에 대해 "입장문을 모두 회람했고, 반대 의견을 반대하신 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와 같은 연이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연서명) 제안이 들어온 적도 없고, 들어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자칫하면 서명한 사람, 안 한 사람으로 갈라치기하는 모양새로 굳어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다음주 화요일(18일) 본회의 전에 의총을 열 예정이고, 의총에서 혁신위 제안에 대해 다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면서 "당 내부에서 혁신위 안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음 의총에서는 혁신위 쇄신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추인해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쇄신안 수용은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과연 혁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국회 운영의 파트너인 여당으로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의원들의 집단 불체포선언 포기 선언과 관련해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환영하고 더 많은 응답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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