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을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오히려 지도부를 겨냥해 "민심에 반하는 행태를 성찰하라"고 강력 반발, 추가 불씨를 남겼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2일 당 최고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이 의원의 발언, 언론 인터뷰가 도를 넘고 있다"며 "당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은 명백한 해당행위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엄중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엄중 경고' 처분을 강하게 주장한 이는 이 대표 본인이라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지도부 회의가 있었고, 당 대표가 강하게 말했고 최고위원들이 '명백한 해당행위이니 경고해야 된다'고 했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지도부가 '엄중 경고' 입장을 밝히자 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 지도부는 제가 해당행위를 했음을 이유로 경고 운운했다고 하는데 황당하다"며 "저는 전혀 해당행위를 한 적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당 지도부 등을 포함해, 당내에 있어서 민심에 반하고 당에 해를 입히는 행태에 대해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해 분당(分黨)론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인터뷰가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자 지난 11일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해 "아니, '죽어라 공부하라'고 하면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얘기"라며 "한 정당 지붕 아래에서 그 따뜻함 때문에 같이할 수 없음에도 지지고 볶느니 '유쾌한 결별'을 할 각오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쿨하게 유쾌하게 결별을 하고 선의의 경쟁, 정치적 서비스의 품질 경쟁을 해서 1, 2당이 되면 되지 않겠나. 국민의힘이 3당이 되게 하고"라거나 "갈라섰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이 아니다"라고 하는 등 분당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당 혁신위원회로부터도 "옆집 불 구경하는 거 아니지 않나. 말씀을 조심해 달라"(서복경 혁신위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혁신위는 이 의원의 분당 시사 발언과 함께,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본회의장 문자메시지 노출 논란,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관련 검찰·언론 대응에 대해서도 '당의 혼란을 초래하지 말고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이와는 별개로 추미애 전 대표도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했던 자신을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 대통령과 여당(당시 민주당) 지도부였다는 주장을 돌연 제기, 당 안팎에서 우려와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지도부가 김 부의장이나 송 전 대표, 추 전 대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비명계 중진인 이 의원에 대해서만 '경고' 처분을 한 것은 당내 친명-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당내 갈등을 진화할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이른바 '명-낙 회동', 즉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만찬회동도 전날 호우 피해로 인해 연기됐다. 양측 강성 지지자들은 이 회동 자체에도 반발하며 민주당 당원게시판 등을 통해 "만나면 탈당하겠다", "낙지는 탕탕 쳐서 먹어야 제맛"(이 대표 지지자 측), "이재명에게 이용당한다", "회동 절대 반대"(이 전 대표 지지자 측)라고 날선 대립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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