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만찬 회동이 집중호우로 인해 연기됐다.
민주당은 1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예정된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일정은 호우경보와 그에 따른 수해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를 비공개로 만나 막걸리를 곁들인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 수장 간의 회동이어서, 이들의 회동 결과에 따라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가라앉거나 또는 오히려 확전 양상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대표와 경쟁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호남에서 시간당 최고 51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지며 도로침수·정전 등 사태가 속출하고, 서울에서도 지하철 1호선 운행이 한때 중단되는 등 호우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력 정치인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마주앉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렵게 잡힌 회동이 한 차례 연기됨에 따라, 당내 계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회동 성사시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회동을 앞두고는 당내 계파에 따라 그 회동의 효과에 대한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친명계에서는 당이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명계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
친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의원들도 당의 단합, 당의 단합을 위한 혁신, 이런 것에 대해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면에서도 두 분께서 의견을 같이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동 의제에 관해서는 "정치 상황과 당내 상황(을 언급할 것 같다)"며 "검찰 정권이 검찰과 감사원 등을 총동원해서 폭주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려면 당을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말씀을 나누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두 사람 간 앙금이 쌓여있다고 보는 데 대해 "두 분 사이에는 신뢰의 위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목표가 같기 때문"이라고 정 의원은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의 단합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회동"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께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표를 하는 것의 노고를 얘기하고 일반적인 얘기들을 나누고, 또 당이 앞으로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가벼운 정치적 대화가 동반되는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우 의원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내년 총선까지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협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저는 그렇게 본다"며 "대선에서는 경쟁할지 몰라도 총선에서 경쟁할 리가 없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는 당의 승리를 위해서 두 분이 손을 잡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표 비명계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내용적으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 서로 생각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번 회동이 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이 전 총리는 귀국 후 보름이 좀 지났는데 아직도 안 만나고 겉도는 듯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어 심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날 회동이 비공개로 잡힌 데 대해서도 "그런 것(공개 회동)을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같은 게 안 된 것 같다"고 그는 짚었다.
또다른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 당이 민심을 저버리고 상식에 반하는 여러 가지 정치의 행태들을 보였다"며 "당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강성의 일그러진 팬점, 악질적인 팬덤의 정치문화 개혁을 지금 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답을 내놔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답은 다 알고 있고, 용기 있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 두 분한테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한편 자신이 '유쾌한 결별'을 언급한 것이 분당(分黨)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데 대해 "아니, '죽어라 공부하라'고 하면 죽으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얘기"라며 "당이 도저히 앞으로 같이 할 방향도 틀리고 같이할 수 있는 현재의 공통분모도 없고 그냥 한 정당 지붕 아래서 그 따뜻함 때문에 같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지고 볶느니 '유쾌한 결별'을 할 각오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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