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일가 보유 땅과 관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이 제기되자 국책사업을 아예 백지화한 국토교통부의 태도에 대해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야당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7년 추진하기 시작해 2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6년 반 된 약 1조 8000억 원짜리 국책사업인데 '영부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지 며칠 만에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사업 백지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업 매몰 비용과 손실에 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6일 오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 발표에 대해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사업에 의혹이 있다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국책 사업을 대하는 태도냐"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국책 사업이 장난이냐"면서 "윤석열 정부는 기분 나쁘면 국민이 맡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팽개치나.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 정부 가서 하라'는 말은 더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협박하는 것이냐"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희룡 장관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면서 "이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했다. 이어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고속도로 종점의 변경 과정에 대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면서 "원희룡 장관은 정치적 생명도 걸겠다고 했으니 지금까지의 모든 결정 과정과 이유에 대해 철저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수 년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도 적잖게 들었을 텐데, 야당이 몇 마디 했다고 장관이 바로 백지화하는 게 더 이상하다"며 "국민 어리둥절하게 하는 희한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책사업이 대통령 처가 연루설로 비판받는다고 장관 말 한마디로 취소될 수 있는 일이냐"면서 "국가 예산은 집권세력의 쌈짓돈이 아니고, 국정운영은 여당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일본의 무단 방류 앞에서는 말한마디 못하면서 대통령 처가를 둘러싼 의혹에는 온몸을 던져 육탄방어 펼치는 모습이라니 정말 가관"이라며 "정치적 오버행위"라고 원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야당 공격하려고 국가 정책사업을 백지화해버리는 몽니"라며 "이 사업에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장관 호주머니에서 복구하실 거냐"고 했다.
그는 "권력자가 처신을 더 조심하고 오해 살 의사결정을 안 해야 정상이지, 왜 야당이 입을 닫아야 하느냐"며 "20년간 전례 없던 일이 진행되는데 장관이 모르고 있었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맞지 세상에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원 장관이 전격 백지화를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사업이다. 야당은 해당 노선이 지난 5월 갑자기 변경됐고, 변경된 노선의 종점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었다며 김 전 대표 일가를 위해 국토부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원 장관은 6일 오전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며 "그동안 특이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진행됐던 사업인데 아무리 경제적, 기술적으로 타당하더라도 의심 살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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