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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외교부만 한다?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유감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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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외교부만 한다?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유감 표명

더불어민주당의 태평양도서국 서한 발송에 정부 "단일성 측면에서 맞지 않아 유감"

후쿠시마 핵 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한일이 아닌 한국의 행정부와 의회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의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민주당은 이에 정부가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27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지난 21일 오염수 방류 저지 활동의 일환으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소속 국가들에 당 대표 등 의원들의 명의로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과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대외적인 차원에서 헌법상 행정부가 가진 고유한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서 국가 외교 행위의 단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국회에서도 의원 외교 차원에서 이를 도와주거나 측면 지원할 수 있겠지만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특히 외교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입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26일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국회나 정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 국제적 연대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를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일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다수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점 △국회의 감시와 견제에 외교·통일 문제가 예외일 수 없다는 점 △의회 외교는 외국의 의회나 정부, 기관 등을 대상으로 펼치는 보장된 활동이라는 점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했다는 점 등을 꼽으며 서한 발송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 여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민주당의 노력을 폄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가 의회의 외교 활동에 대해 '정부의 고유 영역'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는데, 실제 정당의 외교 활동은 그간 여야를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이에 외교부의 이번 입장 발표를 두고 유독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에만 과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입장 발표를 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헌법상 행정부가 가진 고유한 권한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했고 외교장관 회의도 가졌고 IAEA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의원들의 외교 활동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가 의회 외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의 활동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않겠지만, 외교에 있어서만큼 헌법상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사안이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외교는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의원들의 외교 활동을 부정하는 식의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외교를 외교부가 전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이 존재한다. 또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 비정부기구(NGO) 등 행정부가 아닌 국가 구성원들이 실시하는 외교가 나라 간 관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여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야당이었던 2019년 2월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트럼프 정부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다. 정부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헌법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국가 외교 행위의 단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맞지않는" 행위를 한 셈이다.

여기에 외교부는 다른 국가의 의원들과 만나 '외교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방한 중인 댄 설리번(Dan Sullivan) 미 상원의원을 면담하고, 우리 정상 국빈방미 성과, 한미동맹 발전, 지역 및 국제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결의안은 1호에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2~4호에는 한국 정부에 △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청구 △ 한국 해역 방사성 물질 감시 확대 및 예측 고도화, 수산물 방사능 검사 확대 및 유통이력 관리·원산지 단속 강화 추진 △ 수산물 소비촉진방안 강구 및 수산업계 피해 최소화·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마지막 5호에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독립된 제3의 전문가 집단이 원전 오염수 검증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구했다.

▲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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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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