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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여전히 '남성지배'…"성별 할당제 '의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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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여전히 '남성지배'…"성별 할당제 '의무화'해야"

인권위 "한국정치 성별불균형 심각, 국제 평균에도 못 미쳐"

남성과 여성은 정치적으로 평등할까? 1995년 유엔(UN) 베이징행동강령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각 국가들의 주요 성평등 과제로 제시했다. 강령의 핵심 이론을 제시한 정치학자 달레루프(Dahlerup)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정치는 여전히 '남성지배' 현상 속에 머무르고 있다.

달레루프는 의회 내 남녀의원 비율을 기준으로 성별 지배 정도를 △남성독점(여성 비율 10% 미만) △작은 소수(여성 비율 10~25%) △큰 소수(여성 비율 25~40%) △성 균형(여성 비율 40~60%)등 4단계로 분류했다. 21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우리 국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작은 소수'에 해당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국내정치의 현실을 지적하며 "정치영역의 성별불균형 개선을 위하여" 국회의장 및 각 정당 대표에게 정치관계법 및 각 정당 당헌·당규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16일, 인권위는 국회와 주요 정당들이 해당 권고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에 정치관계법 개정 및 당내 공천할당제 개선 등 실질적인 개선조치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국제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 있는 국내 '정치적 성별불균형' 현상을 권고의 배경으로 꼽았다. 2021년 기준 국제 여성의원 비율을 살펴보면, 전 세계 평균이 25.6%이고 각 지역별로는 북유럽(44.5%), 아메리카(32.2%), 북유럽 국가를 제외한 유럽(29.1%), 아시아(20.8%) 순으로 나타난다.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19%)이 정치 영역 내 성평등 분야에 있어서는 국제평균은 물론 아시아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의회연맹의 주요 국가별 여성 국회의원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190개국 중 121위로, 비슷한 순위권의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118위), 과테말라(119위), 조지아(120위) 등이 있다. 국내에선 현재의 여성의원 비율조차 19대(15.7%), 20대(17.0%)에 비해 높은 역대 최고 수치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성별불균형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로 17개 광역단체에서 여성광역단체장은 단 한 명도 나오고 있지 않다. 2018년 제7회 지선 당시 기초단체장 226명 중 여성 당선자는 8명(3.5%)에 불과했다. 직전 선거인 2022년 8회 지선에선 7명(3.1%)으로 오히려 줄었다.

현행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은 각 정당들로 하여금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등 선거에 있어서 '50% 이상의 여성을 추천'하고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규정으로 남아있다.

인권위는 "임의규정으로서의 할당제는 실효성이 적고, 선거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 방식도 효과가 크지 않으며, (여성 당선자를 늘리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지역구의 15% 수준에 불과하여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현행 선거제도에서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한 지난 2018년 한국 정부 보고에 대한 제69차 최종견해에서 △비례대표 의석수 확장을 고려해 여성 국회의원의 수를 늘릴 것 △정당의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후보 추천 시 여성 할당을 의무화할 것 △ 벌금 부과 등의 방식으로 이를 집행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권고에서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고 "각 정당은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국회에 권고했다. 즉 현행 '노력 의무'로서의 할당제가 아닌 '법률상 의무'를 지닌 의무적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성별할당제가 정치 대표성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임의규정이라는 한계로 인해 국회 및 지방의회의 지역구 의석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법률적으로) 의무화하는 등 현행 성별할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는 "(공직선거법 등 관련) 개정안을 대상으로 전체 회의 상정, 대체토론, 검토 보고 및 법안심사소위 등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하여 정치 영역의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인권위에 밝혔다.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더불어민주당, 시대전환, 정의당 등 원내 정당들도 "권고 취지와 목적에 공감의 뜻을 밝히고 당헌당규의 내용이 권고 수준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권고에 답했다.

이날 인권위는 "국회의장은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각 정당 대표는 권고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재 국회엔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성별불균형 해소 방안과 관련된 다수의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대선 국면 당시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치개혁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당시 이들은 6.1지방선거와 관련해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성 공천 30% 이상 의무화 등을 국회에 촉구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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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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