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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활성화된 재택근무, 만족하셨나요

[프레시안 books]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과 함께 세계는 디지털이 만들어 낸 원격의 세상을 경험했다. 각자의 기억은 다르겠지만,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이 인류를 더 부유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데이비드 색스는 최근 저서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의 디지털 세상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1장 회사에서의 재택근무, 2장 원격교육, 3장 인터넷 쇼핑, 4장 도시 생활, 5장 문화생활, 6장 대화, 7장 휴식에서 소위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소개하며 '디지털화'(化) 된 삶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우선 원격근무와 관련한 논의에 앞서 일에 관해 논한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몇 시간을 일하고 몇 개를 생산했는지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것으로 그는 규정한다. 업무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실행하는데, 디지털이 구축한 원격 세상에서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없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일, 적어도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하는 일에는 사실 최대한 효율적인 기술로 처리하는 업무만 포함되지 않는다. 일은 인간 경험에서 상당히 복합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일은 이제야 그 가치를 진실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중요한 두 가지 아날로그적 특징을 갖추었다. 바로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그곳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다."

책에 따르면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와 협업하는 인간 분석 전문가 벤 웨이버는 "흔히 업무 목록을 지워가는 것이 일이고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복잡한 상품을 만들고, 일의 상당 부분은 정보와 창의적인 활동이 차지한다"며 "일의 큰 부분은 사회적 성격을 띠고 인간관계에 의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책은 파리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을 가르치는 지안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를 인용, 아날로그 환경에서 '비생산적'이라고 여기는 활동들이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페트리글리에리는 직장 동료들이 한가하게 나누는 잡담이나 험담에도 생산적인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해 낸 최고의 아이디어도 사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다가 나온 거라고 했다. (…) 그는 한 시간 동안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찧으며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다가 절박한 마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아날로그적 대화와 소통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런 시간이 업무 강도를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동료들 사이에 공동의 목표를 세워주기도 한다."

이처럼 원격 업무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실제 일을 추진하고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필수적이라는 주장들은 사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몇몇 직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원격 업무가 자원을 절약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여주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다. 저자도 이러한 부분을 인정한다.

"사무실이야말로 뿌리 깊은 인종과 성별과 문화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공간이자 그 안에서 일하는 모두를 갉아 먹는 스트레스의 원천이었다. 사무실은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는 공간이자, 소수집단이 모욕당하고 무시당하는 공간이자, 상사가 중세의 냉혹한 귀족처럼 부하직원들을 협박하고 그들의 명줄을 쥐고 흔들며 게임을 하던 공간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관리자들은) 사실 부하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되찾고 싶은 노골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셈이다. 게다가 출퇴근길은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도로 위에 뿌리게 해서 온화한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게 만들고 몸에도 해로울 수 있다."

결국 인류가 디지털 기술을 버릴 수 없다면 향후에는 저자가 지적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고 아날로그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어정쩡하지만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디지털 세상의 문제점과 관련,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이미 디지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메타버스'를 두고 "미래에는 컴퓨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를 현실에서 해방해 준다는 디지털 유토피아의 최신 버전일 뿐"이라며 "온라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비사교적인 경험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에서 구매는 거래일 뿐"이라며 구매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없애버렸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본인의 문제제기는 아날로그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인간적 재능"에 투자해 "나의 인간적인 욕구와 갈망과 경험을 최우선에 두는 세상. 인간이 중심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고유한 인간적 재능'과 '인간적 욕구와 갈망', '인간 중심의 세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모두 '고유한 재능'으로 '욕구와 갈망'을 통해 '인간 중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어크로스

저자는 책에서 이들이 만든 디지털 세상에서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내에서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활동들을 소개한다. 아마존과는 달리 누구나 몇 단계만 거치면 온라인 스토어를 열 수 있는 '쇼피파이' 같은 곳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즉 저자는 '디지털'이라는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자본이나 권력이 과도한 이득을 가져가는 오프라인에서의 현실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이지, 디지털이라는 기술 자체가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같은 명확한 메시지를 밝히는 대신 "아날로그 미래는 코로나19 법 유행 이전, 그러니까 디지털 이전의 생활양식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힘든 시기에 화면을 보며 얻은 뼈아픈 교훈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다. 아날로그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우리의 생각대로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라는, 어디에도 끼워넣을 수 있는 '원론적‘인 내용을 던지는 데 그치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상당 부분을 진술하고 있는 코로나 19 시기에 대한 '안좋은 기억'들이 저자의 푸념 수준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코로나 19가 만들어 놓은 디지털 세상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보다 촘촘하고 정교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미래는 아날로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 책을 집어 드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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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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