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정감사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실과 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24일 오후 운영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제거시설장비가 일본에 있지만 문제가 되는 다핵종 중에 현실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게 10개가 안 된다"며 "일본이 (한국 정부가 파견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에) 시료 채취를 안 해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본다"고 지했다.
후쿠시마 시찰단에 대해서도 김영배 의원은 "명단 공개가 안 된다. 언론 검증도 안 된다. 시찰이 아니고 견학단 수준"이라며 "4년이나 5년 후가 되면 우리 해역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온다는 거 아닌가? 지금 윤석열 정부는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들께 검증하는데 핵심을 둬야 된다. 만약 그렇게 안전하면 일본이 자기들이 먹든지 들고 있든지 하지 왜 바다에 뿌려 세계적 민폐를 끼치나?"라고 했다.
김 실장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 국정에서 국민 건강은 다른 것하고 바꿀 수가 없다. 저희도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오염수가 나오면 절대 반대한다"며 반론에 나섰다.
김 실장은 "시료 채취를 안 했다는데 우리 원자력안전기술원이 IAEA 시찰단에 포함돼 있다. 그래서 IAEA에서 받은 시료를 저희한테도 줬다"며 "저희가 3차례 시료를 받아서 그 시료를 분석하고 그 분석한 결과가 이제 조금 후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4~5년 후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돌아오면 큰일난다고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면서 지금 오염수보다 더한 것들이 많이 나갔다"며 "10년이 넘었지만 우리 해안이나 수산물이나 어디를 봐도 문제가 없고 예전 후쿠시마 전하고 똑같더라는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에 대해서도 "저희가 뭐 정치적으로 임명한 사람도 아니고 과학자"라며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도 과학자들이 이번에도 한 19명 갔다 그러더라. 과학자들에게 맡겨보고 6월 말에 답이 나온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의 정의용 외교장관께서도 'IAEA 기준을 따르고 사전 협의해서 방류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고 야당의 공세를 맞받기도 했다.
김 실장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만약에 IAEA에서 이 오염수에 대해서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저희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도 답변대에 나와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적다"며 "그 양을 30년에 걸쳐서 방류하기 때문에, 저희들 생각에는 일단 IAEA 조사 결과가 나오고 저희 시찰단이 돌아오면 그걸 정밀하게 다시 분석해서, 문제점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안보실 도청 의혹' 보도 한 달 반 넘었는데 사실 여부 확인도 못한 대통령실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이 외신에 최초 보도된 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도청 여부조차 파악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김영배 의원은 김 실장에게 "미국에서 4월 8일 (도청 의혹) 보도가 있었다.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김 실장은 "도청이 사실인지 아닌지 워낙 기술적이지 않나? 그래서 아직 확인 중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은 이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도청 관련 조사 경위를 추가로 물었지만, 조 실장은 "지금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아직도 사실 확인 중에 있다"고 답을 피했다.
김 실장은 '시긴트(SIGINT)라고 된 것은 휴대전화를 도청한 것 아니냐', '비화기를 쓰지 않은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지금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직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도 조 실장에게 "미국에서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데 인정하나?"라고 물었고, 조 실장은 이에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김병주 의원이 "그러면 도청에 대한 후속조치는 아무것도 안 했겠다?"고 반문하자 조 실장은 "후속조치 하고 있다. 한미 간에 조사를 해서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고 우리 내부적으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주 의원이 "도청에 대한 인정을 안 하는데 후속조치를 하고 있다고요?"라고 되묻자 조 실장은 "도청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파악을 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조 실장은 "과거에 있었던 청와대는 사실 군사시설보다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고, 저희가 옮겨간 국방부 건물과 합참 건물은 기본적으로 도감청에 대한 보호시설이 청와대보다 잘돼 있고 그것을 좀 더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도감청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5.18 원포인트 개헌,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건설노동자 분신 두고도 공방
대통령실과 야당은 이날 5.18 원포인트 개헌,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고 양회동 건설노조 지대장의 분신 사건을 두고도 맞붙었다.
김병주 의원은 "대통령실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원포인트 개헌으로 포함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폄하했다"며 "5.18 정신을 헌법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김 실장은 "5.18 정신이 헌법에 들어가야 된다는 것은 (대통령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다"면서도 "개헌은 국가대계를 위해 해야 되지 않나? 원포인트보다 종합적 비전을 갖고 전체적인 모습을 논의한 다음에 하면 어떨까 싶다"고 반박했다.
김병주 의원은 또 "우크라이나에 미국이나 폴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50만 발의 탄약을 지원하지 않았나?"라며 "장사정포 위협에 수도권 2000만 명이 노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건가?"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저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것(탄약)은 없다. 폴란드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것도 없다"며 "(탄약 지원은)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건설노조 양회동 지대장 분신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생명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양 지회장에 대한 수사가 기획·조작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그렇게 무리하게 가짜로 죄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김 실장은 또 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국빈 방미 때 넷플릭스 투자 보고를 왜 대통령 영부인에게 헀나'라는 질의를 한 데 대해 "저는 (보고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영부인이라고 해서 집에서 살림만 하라,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하기도 했다.
조태용, 文 정부 대북외교 겨냥 "가짜 평화" 주장하며 기싸움 나서기도
대통령실과 야당 간 냉랭한 관계를 보여주듯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기싸움도 벌어졌다. 조태용 안보실장이 국회 업무보고 중 "이제 상대의 손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세대들이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병주 의원은 이에 대해 "안보실장 보고에 거짓말이 있다. 저는 39년 동안 군복을 입고 있으면서 하루도 노심초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비해 왔다. 왜 돋보이기 위해 과거를 폄하하고 군을 폄하하나?"라며 "안보실 2차장도 (문재인 정부 때)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선의에 기댄 안보에 의존했나?"라고 반발했다.
조 실장은 물러서지 않고 따로 발언 기회를 신청해 "제가 안보실장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라고 보고드렸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정부에서 지난번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다니면서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장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먼저 해제해 달라고 했다"고 맞받았다.
조 실장은 "과연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었느냐? 없었다. 그래서 이것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라는 말을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으로부터 '전임 정부, 전직 대통령을 직접 폄하했다', '싸우자는 거냐'는 등 항의가 빗발쳤지만 조 실장은 "김병주 의원님이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게 싸우자는 게 아니고 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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