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선일보>의 '건설노조 간부 분신 방조설' 보도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동조한 데 대해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이 되라'는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 장관의 해당 발언은 유관 부처 수장으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때리기'에 앞장서 온 그가 건설노동자 분신과 관련해 내놓은 첫 메시지였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서면브리핑에서 원 장관을 향해 "국무위원이 사실이 아닌 억측을 두고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나아가 가짜뉴스를 이용해 양회동 지대장의 분신을 폄훼하고 노조의 이미지를 깎아 어김 없이 노조탄압의 기회로 삼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속내가 투명하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원 장관이 노동자의 죽음을 노조 혐오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원 장관에게 한 말씀드린다. 노조이기 전에 노동자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부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예를 갖추시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도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조선일보>가 분신 순간에 함께있던 (노조) 간부는 막지도 불을 끄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며 "어느 출처인지도 모르는 CCTV 영상 캡쳐 일부를 보여주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상황은 이미 양 지대장이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원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한 한 마디 유감 표명도 없었으면서 이 기사에 대해서는 재빨리 반응해 '투쟁 동력으로 이용했던 것 아닌지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인권의식마저 소멸해버린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부디 사람이 먼저 되시라"고 일갈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원 장관을 겨냥해 "고 양회동 열사 돌아가셨을 때는 한 마디 말도 없더니, 이젠 노동자의 죽음마저 '기획 분신'으로 몰아갈 작정인가"라며 "일국의 국토부 장관이 특정 언론에 기대서 은근슬쩍 본심을 말하는 게 참으로 궁색하고 충격적"이라고 썼다.
심 의원은 "분신을 방조했다는 <조선> 보도에 대해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취재나 연락조차 없이 기자가 알아서 쓴 기사'라고 일축했다"며 "현장에 있던 YTN 기자는 노조 간부가 계속 양 열사의 분신시도를 말렸음을 증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원 장관이 아무리 정치인 출신 장관이지만 도가 너무 지나치다. 광란의 '건폭 몰이'로 양회동 열사의 죽음 앞에 사죄해도 모자랄 책임자가 도리어 죽음을 모욕하고 있다"며 "노조 혐오에 편승해서 죽음마저 폄훼하는 파렴치한 정치선동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심 의원은 "정치인 이전에 인간이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원희룡 장관은 고인의 영정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원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조선>의 '분신 방조설' 기사에 대해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한 인간의 안타까운 죽음에 놀랐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이어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양 지대장이 사망한 뒤 원 장관의 첫 공개 행보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 발표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 참석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원 장관은 "근로자 측은, 노조라는 간판을 내세워서 월례비, 불법 전임비, 채용 강요와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 안 하는 팀반장과 생산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자기 소속 노조원들만의 현장 지배력을 통해서 현장의 생산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는 등 '건설 노조 때리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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