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교도소 성소수 수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지적하며 성소수 수용자를 위한 안정된 수용생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국내 A 교도소 교도소장에게 "성소수 수용자에게 별도의 상담자를 지정하는 등 안정된 수용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진정은 A 교도소에 수용된 성소수자 B 씨의 지인에 의해 제기됐다. 진정인에 따르면 B 씨는 성소수자인 본인의 특성상 혼거생활이 어렵다며 독거수용을 요청했다.
교도소 등 교정기관에서는 생물학적 성에 따라 수용자를 처우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현행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제39조 제1항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장은 성소수 수용자의 수용생활을 위하여 별도의 상담자를 지정하고 적합한 수용동에 독거수용 등의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진정인은 교도소 측이 '(B 씨에 대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의 입실 거부 행위를 이유로 경비처우급을 하향조정하는 등 징벌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피해자 B 씨가 "입소 시 본인의 성적 지향과 관련하여 별다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으며 이후 "수용시설의 형편을 설명했는데도 계속 입실을 거부하여 징벌 처분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2021년 9월 입소 후 한 달이 지난 당해 10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며 독거수용을 요청했다. 교도소는 피해자의 요청에도 "별도 상담자를 지정하여 관리하는 등 조치 없이 약 5개월 동안 (피해자를) 혼거실에 수용"했다.
이후 지난해 2월 피해자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피해자가 성소수자로서 독거수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혼거수용실 입실을 거부하자, 교도소는 그해 3월부터 5월까지 총 5회의 징벌 처분을 내려 피해자의 경비처우급을 하향 조정했다.
피해자는 하향된 경비처우급(중경비처우급)에 따라 △주거지에서 300㎞ 이상 떨어진 타 교도소로 이송됐고 △CCTV가 설치된 독거실에서 생활하게 됐으며 △일반귀휴, 사회견학, 봉사활동, 가족만남의 날, 가족만남의 집 등 사회적 처우가 제한됐다.
인권위는 "피해자는 성소수자로서 독거수용을 요청한 결과로 사실상 형벌적 처분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는 교도소 측이 "성소수자로서 적절한 처우를 요청하는 피해자에게 별도로 지정된 상담자가 아닌 4명의 교도관이 7개월 동안 11회 상담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내밀한 성적지향이 다수의 교도관에게 노출되도록 하였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교도소 측은 "피해자의 교도소 수용 당시 성적지향 관련 기록이 없었으므로 피해자의 주장 내용을 사실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그렇더라도 피진정인은 피해자가 성소수자라고 주장하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관련 규정에 따라 최대한 빨리 별도의 상담자를 지정하는 등 피해자의 독거수용 가능 유무를 적절히 판단했어야 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교도소 측의 행위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입실 거부 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을 부과함으로써 피해자가 고립된 생활을 넘어 감당하기 힘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한 것"이라며 "헌법 제10조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성소수 수용자에 대비해 별도 상담자를 지정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해당 교도소장에게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2019년에도 교도소 내 성소수 수용자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법무부에 '성소수자 수용자의 현황·처우 실태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처우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권고에 따라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 방안'을 작성했는데, 지침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국내 교도소에 수용된 성소수자는 53명으로 매년 증가폭을 보였다.
또한 당시 지침엔 남장여자·여장남자 등을 성소수자로 분류하거나 성소수 수용자를 무조건적으로 격리하는 내용이 담겨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지침'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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