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고(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순직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 육군이 반성하기는커녕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인 시민사회 연대체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변 하사의 죽음이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육군의 주장은 궤변"이라 주장하며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에게 진정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1일 육군은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공사상심사에서 변 하사의 죽음에 순직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난 6일 군이 변 하사 유가족에게 통지한 전공사상심사 결정문을 보면, 군은 "고인의 사망이 법령에 명시된 공무와 상당한 인관관계가 없어 순직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공대위 측은 이날 "변 하사의 주치의, 정신과 전문의, 심리학 전문가, 지인 등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서 일관되게 강제전역 처분과 사망 간에 인관관계가 있다고 진술"했다며 "공무원이 국가로부터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을 겪다 사망에 이르렀는데, 공무와 관계가 없다는 말은 상식과 전례를 초월하는 황당한 행태"라고 군의 결정을 비판했다.
2019년 성전환 수술 이후 군으로부터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변 하사는 '전역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변 하사는 해당 소송의 첫 변론을 앞둔 지난해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전 그는 군의 강제전역 처분 및 그로 인한 2차 가해 등으로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으며, 갑작스럽게 수입이 끊겨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군에 '변 하사의 강제전역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변 하사는 '군인 신분으로 사망'한 것이 인정됐다. 이후 대통령 직속 기구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 하사의 죽음에 대해 "고인이 전역처분 후 현실에 대한 절망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강제 전역 처분 등 군 차원의 차별행위가 변 하사 죽음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대위 소속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망자가) 자살을 하더라도 그 원인에 국가 책임, 군의 책임, 혹은 군 내부 괴롭힘 등이 있었을 때엔 공무상 인관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군의) 순직심사 흐름"이라며 "변 하사의 사망에 '공무상 인과관계가 없다'는 육군의 주장은, 결국 '변 하사의 죽음에 육군은 어떤 책임도지지 않겠다'는 책임회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대위 측은 변 하사의 죽음 이후에도 군의 '성소수자 차별' 관행이 "전혀 바뀌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한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변 하사가) 용기를 내 커밍아웃을 하고, 안타깝게 강제전역을 당하고, 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후 수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체 무엇이 바뀌었나"라며 "군 내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졌는가, 그에 대한 논의라도 있는가, 또 다른 트랜스젠더 군인들은 군 내에서 안전하게 복무하고 있는가" 되물었다.
그는 특히 "국방연구원은 트랜스젠더 군인 복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지만, 그 연구 결과도 논의 사항도 무엇하나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군 내에) 트랜스젠더 군인이 있는지, 몇 명이 있으며 안전하게 복무하고 있는지, 복무할 수 있는지, (트랜스젠더가 군에) 복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있는지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인권위 앞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공대위 활동가들은 회견 직후 인권위 사무실로 이동해 준비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진정 제기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변 하사 순직 여부에 대해) 재심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현행 군인사법상 인권위(군인권보호관)의 순직 결정 권고는 (순직 비해당을 결정한) 국방부에 재심사 의무를 부여하는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난 2020년 12월에도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은 차별이고 인권침해"라는 취지의 권고를 국방부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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