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 인권보장체계 축소 및 폐지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2년 본격화 되었고, 같은 해 9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방정부에서 국민의 생활 속에서 실효적으로 인권이 보장하기 위해 인권조례를 다듬고 인권업무를 강화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권조례나 지역인권위원회의 폐지 및 인권담당부서를 축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추구해 온 인권적 가치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이어졌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월 25일 우리 정부에 서한을 보내왔다. 우리나라의 움직임들이 국제인권기준, 특히 비차별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경우 다른 인권조례도 폐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권조례 등이 폐지될 경우 국제인권기준과의 불일치에 대한 해결 방안과 모든 학생을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으로 차별받은 피해자 구제 방안 등에 대한 정부의 회신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답변서를 보내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어떠한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권조례 및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6일에는 충청남도 인권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 명부가 도의회에 제출되었다. 인권조례 폐지 시도는 충청남도에서만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충청남도에서는 2012년 처음으로 인권조례가 제정된 후 2018년 5월 폐지되었고, 같은 해 10월 인권조례가 다시 제정되었다. 그리고 불과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폐지가 시도되고 있다. 그 시기는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 즉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시기와 맞물린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 청구안을 수리해 지난 3월 15일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들 조례의 폐지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은 종교, 성적지향, 성 정체성, 다양한 가족형태, 사상 등에 대한 차별금지가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논리와 유사하다. 이 밖에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예고했고, 전라북도 교육청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 대신 학생, 교직원, 보호자를 인권보호 대상에 포함한 새로운 조례 제정을 입법예고했다.
지역사회에서의 인권 보장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권보호에 관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아니러니 한 것은 2013년 UN에서 채택한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안은 우리나라에서 제안하였고, 이 결의안이 인권의 지역화 및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가장 우선되는 책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분권화되어 있어 지방정부의 많은 업무가 주민들에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지역수준에서의 인권 실현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고, 책무 수행의 근거가 바로 인권조례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인권은 정권이나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신념,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모양새다. 특히 정치적 지지세력의 요구에 정치인들이 적극 반응하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우려를 표했듯이 한 지자체에서 인권조례나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경우 그 영향이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례에서 종교, 성적지향, 성 정체성, 다양한 가족형태로 인한 차별금지 조항 등의 삭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된다.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는 단순히 그 지역만이 아닌 우리 사회전체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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