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해 '장시간 노동 사회로 회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방위적인 장시간 근로 감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개편안의 수정 방침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과 관련된 현행 제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약자들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집중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현장 사용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근로자 권리행사를 위한 실효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수정 방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개편안의 수정 방향을 제시한 대신 연차휴가, 육아휴직 등 불이익을 강력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한 주간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청년 노동 단체들을 만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관련기사 : 尹대통령, '주69시간 근무제' 재검토 지시)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유준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은 지난 22일 이 장관과 면담 뒤 "연장근로시간 유연화를 원하는 노동자는 없다"며 "주 69시간 상한이 낮아지더라도 결국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지난 24일 이 장관과의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청년이 보는 69시간제 "신입사원이 장기휴가 요구할 수 있나")
이 장관은 청년들이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제시한 '반대' 의견을 "잘못된 기업 문화에 대한 청년의 우려"라고 표현했다. 청년 세대들이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며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이 장관은 이를 '의식·관행'의 문제로 받아들인 셈이다.
그는 장시간 근로 감독을 착수한 배경을 설명하며 "근로시간제도 개편안과 저출산 대책 등 마련 과정에서 소위 공짜 노동으로 상징되는 근로시간 위반, 임금체불과 함께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 연차휴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 또는 불이익을 주는 등 위법하거나 잘못된 기업 문화에 대한 청년 등 국민의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의식·관행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제도 개선의 취지가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도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섣부른 정책이었음을 시인하고 폐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장관은 정부 개편안은 그대로 둔 채 일선 지방관서에 법이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지시했다"며 "지금까지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시행하지 않아서 의식과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정부가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근본적 개선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며 "주52시간 상한제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근간을 흔들려는 정책을 개편안으로 낸 것은 누구냐"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일선 담당자들에게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지시하는 것은 책임회피의 전형"이라며 "과연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서 못쓰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하고,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 및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주에도 근로시간 개편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청년에 이어 금주부터는 중소기업 근로자, 미조직 근로자, 중장년 세대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배포한 금주 일정에는 구체적인 노동 현장 방문 계획은 없었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지방청별로도 의견 청취를 병행해 근로시간 개편에 관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도록 하겠고 아울러, 설문조사와 FGI에도 신속하게 착수하겠다"며 "그래서 금주 일정에 구체적으로 방문,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된 현장 방문 계획은 없지만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 보도자료나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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