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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으로 도마 오른 트럼프 정부 금융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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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으로 도마 오른 트럼프 정부 금융규제 완화

금융위기 재발 방지 위한 도드-프랭크법 약화되며 SVB 등 강화된 감독 대상서 빠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 시절 완화된 금융 규제가 도마에 올랐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폐쇄된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SVB와 12일 파산한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 등 중소은행들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인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 월가개혁 및 소비자보호법(도드-프랭크법)' 완화를 위해 적극 로비한 당사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SVB 등은 규제 부담을 호소하며 2019년 트럼프 정부 때 강화된 규제를 받는 은행 목록에서 제외될 수 있었지만 결국 파산 뒤 고객을 더 빡빡한 감독을 받아 온 대형은행에 넘기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드러난 미 금융감독체계의 비효율을 바로잡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도드-프랭크법은 입안자들인 크리스토퍼 도드 당시 상원 금융주택위원장과 바니 프랭크 당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분산돼 있던 미국의 금융감독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자산 500억달러(약 65조5000억원) 이상의 은행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로 분류하고 이들 은행에 대해 강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한 것이 법의 골자다. 

법은 은행에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입을 손실을 측정하고 이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을 축적했는지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요구했다. 은행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고위험 자산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볼커룰(Volcker Rule)'도 법안 내용 중 하나였다.

도드-프랭크법은 제정 당시부터 은행업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SVB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그렉 베커 또한 이 법의 주요 반대자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매체는 심지어 이 법의 입안자 중 하나인 프랭크 전 의원도 2013년 은퇴 뒤 2015년부터 시그니처뱅크의 이사로 재임하며 SIFI 자산기준 완화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이 법을 "재앙"으로 칭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 당시인 2018년 강화된 감독규정이 적용되는 은행의 자산 기준을 500억달러 이상에서 2500억달러(약 328조원) 이상으로 바꾸며 완화됐다. 이에 따라 자산 500억~2500억달러 사이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면제 또는 완화됐다. SVB의 2022년말 자산 규모는 2120억달러(약 278조원), 같은 시기 시그니처뱅크의 자산 규모는 1103억달러(약 145조원)로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500억달러 기준이 유지됐다면 시그니처뱅크는 공격적인 위험 투자를 억제하고 안전을 보장하도록 설계된 스트레스 테스트 및 다른 규제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자산 규모가 473억달러(약 62조원)였던 시그니처은행은 가상화폐 부문을 적극 확장하며 2021년 총 자산 1184억달러(약 155조원)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매체는 현재 위기에 처한 은행 다수가 규제 부담 탓에 대형은행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더 안전한 곳을 찾아 대형은행으로 몰려드는 예금주들의 흐름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규제 완화가 SVB 파산의 주된 원인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매체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값 하락이 SVB가 겪은 주요 어려움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는 규제 완화가 없었더라도 당국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프랭크 전 의원도 13일 미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드-프랭크법 개정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13일 미 증시는 은행 부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5% 하락한 3855.76에 거래를 마쳤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하락폭도 0.28%에 그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45% 상승했다. 

다만 실리콘밸리 소재 또 다른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주가가 대규모 자금 인출(뱅크런) 우려로 61.83%나 폭락하는 등 지역 은행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5.81%), 씨티그룹(7.45%) 등 대형은행 주가도 하락했다.

전날 SVB, 시그니처뱅크 예금 전액 보호를 선언한 미 정부의 조치가 시장 안정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장의 추가 하락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지난 10일엔 0%로 예측했지만 14일 새벽엔 43.9%로 봤다. 반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같은 기간 40.2%에서 0%로 줄었다. 56.1%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잇단 은행 붕괴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금융 시스템 안정 사이에서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짚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소재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미 정부는 10일 파산한 이 은행 예금 전액을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13일부터 예금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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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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