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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불의 파도가 밀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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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불의 파도가 밀려오다

[기고] 제주 제2공항에 관한 의혹, 이 걱정이 기우이길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줄곧 가졌던 두려움, 제주도 전체가 군사기지화 되는 그런 위기가 실제로 닥쳤습니다.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까지 들어선다면 아무리 국토부가 민간공항이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군사기지로서의 사용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대체부지 제공이라는 조건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주도는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무상으로 양여 받아 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려 했지만, 공군은 대체부지 제공 없이는 무상양여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군과 국방부는 지난 수 십년간 제주도에 남부탐색구조대를 운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뜨르 부지 무상양여가 작년에 국회 법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대체부지로 제2공항을 원하고 있는 공군의 입장이 과연 바뀔지는 의문입니다.

공군 축은 제주도에 설치하려는 남부탐색구조대에 대해 '제주도 남방해상에서 조난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부대'인 것처럼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주기능은 대중국 잠수함 탐색부대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 맥락은 2010년에 주한미군이 발간한 방위백서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저서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가짜 안보>, <MD 본색>, 그리고 김종대 정의당 전 국회의원과의 공저인 <진짜 안보>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북해함대의 잠수함 남하를 탐색하고 차단하기 가장 좋은 위치를 제주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주도에 건설되는 군사기지는 북한의 핵을 저지하는 최종방어기지의 성격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중국 억제기지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국 군사작전의 핵심은 잠수함 탐색 및 차단입니다. 이 기능이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5~6대의 수송기와 헬기만 운용하는 탐색구조대라는 공군의 설명은 새빨간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24시간 감시체제 구축을 위해 P-3 대잠작전기와 링스 헬기를 포함한 대규모 공군기지로 격상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강정마을에 세워진 해군기지 앞에 여전히 펄럭이는 구호들. 다가올 제주의 현실을 미리 보여주는듯 하다 (사진제공: 강정마을)

정말로 대만과 중국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제주도를 보급기지로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왜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자동적으로 개입하여야 합니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아닌 전쟁개입은 명백하게 당사국의 요청과 함께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며, 반드시 군사적 지원만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제주해군기지에 미해군 최신 이지스함이 출입하였고, 국민의 힘 북핵위기특위가 22년 12월 26일 채택한 최종보고서에 제주 제2공항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전략폭격기 배치와 핵무기 저장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있자면, 현정부가 미국에게 제주도에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를 요청하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이끌려 들어갈 것처럼 보입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가 훨씬 높은 제주도 여론과,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국립생태원과 해수부 입장을 무릅쓰면서까지 조건부 동의를 한 환경부 태도를 보면, 제2공항 사업은 단순한 국토부의 토건사업이 아니라, 국방부의 입김과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정말로 이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미국이 원할 경우, 한국은 어떤 시설이라도 내주어야 하는 불공평한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현실과, 오직 강경일변도의 대북 관계, 굴종적인 대일·대미 외교를 펼치는 현정권을 보고있자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제주도민이 스스로 제주도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합니다. 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없습니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기후위기에 적극대응하는 환경의 섬으로 가꾸어 나갑시다. 가만히 두고만 보다가 화마에 휩싸이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소리치고 움직입시다. 저기 불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 기고는 <제주투데이>에도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사진제공: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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