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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늘 이겼고, 우리는 이기는 길을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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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늘 이겼고, 우리는 이기는 길을 걷는 중이다"

'동성부부' 승소판결에 인권단체들 일제히 "판결 환영" … '남은 과제' 지적도

"우리 사회가 이번 판결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야 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법원이 동성 부부 간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21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기쁨과 환영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결국은 사랑이 이겼다" … 동성부부 '건보 소송' 승소)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우리 위원회는 그동안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야 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21년 12월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를 수용"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동성부부를 포함한 '이성애 규범 외의 가족'들을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이날 송 위원장은 "그 후 국회 차원에서 아직까지 아무런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면서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성소수자들이 혐오와 차별 없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동등하게 모든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랜 기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혼 법제화 등을 외쳐온 시민사회에서도 법원 판결에 대한 환영인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국회 앞 농성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투쟁'을 이어갔던 시민사회 연대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1일 오후 논평을 내고 "차별에 맞서 오늘의 기쁨을 받아든 김용민, 소성욱 부부에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의 소식이 지금도 거리에서 투쟁하는 많은 소수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송 당사자 소성욱 씨와 그의 배우자 김용민 씨가 전날 외친 "결국 사랑이 이겼다"는 구호는 지난 한 해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 현장에서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이길 것이다"라는 미래형 문장으로 수없이 외쳐진 말이기도 했다.

이에 차제연은 "오늘, 미래형이던 이 문장은 '사랑이 이겼다'는 승리의 함성과 함께 오래도록 울렸다. 이기고 지고, 지고 이기며 나아가는 길 위에서 용기와 사랑과 우정은 끝내 차별과 혐오를 이길 것이다"라며 성소수자 권리 투쟁의 1호 승리 소식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동성 커플이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에서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1-3부는 21일 소성욱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선고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단체들은 이번 판결 이후 '앞으로의 남은 과제'를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권단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21일 "성소수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판결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동시에 "현행법령의 해석론을 근거로 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의 판결문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동성부부와 이성부부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현행 법령상 '동성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순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장보람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같은 날 "(이번 판결엔) 한국에서 최초로 동성 부부가 법원에 의해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군대 내 합의에 의한 남성 간 성적 행위는 군형법에 의해 여전히 범죄로 취급된다"라며 구체적인 의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 △군형법 92조의6 폐지 등 "LGBTI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과 범죄화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장 조사관의 지적이다.

차제연 측도 "사법부가 판결문을 통해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것이 '법원의 가장 큰 책무'임을 자임할 때, 입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되물으며 국회 차원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촉구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용민 씨가 "오늘 이 소송으로 얻어낸 권리는 '혼인'이 얻어낼 수 있는 천 가지의 권리 중에 단 한 가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듯, 동성부부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관계 구성원들은 건강보험 자격 외에도 가족관계 증명상의 수많은 '차별지대'를 경험하고 있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권리 단체들은 21일 낸 공동성명에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동성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들은 자신들이 꾸린 관계를 공적으로 승인받지 못하고,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랑이 이겼다'라는,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외친 이 문장을 함께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사랑은 오늘 이겼고, 우리는 이기는 길을 걷는 중이며, 결국 사랑은 혐오와 배제를, 차별과 불평등을 완전히 이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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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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