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권 선거 과열 양상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기현 후보에 대해 울산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김 후보 측에서 '흑색선전'이라며 이의제기를 한 직후다.
유흥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은 17일 오후 예정에 없던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당대회 열기가 과열되며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또, 일부 후보의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께 우려를 끼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의 상호 비방 및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관련한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특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행태는 이번 전당대회를 혼탁하게 만들 뿐"이라며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까지 했다.
선관위원 겸 선관위 대변인인 배준영 의원은 유 위원장 회견 직후 기자들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자 "유 위원장이 읽은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며 "최근의 상황"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김 후보에 대한 안철수·황교안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 제기를 선관위 기자회견의 배경으로 지목하는 관측이 많다.
앞서 지난 15일 TV토론에서 황 후보는 "KTX 울산 역세권 연결 관련 의혹,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며 "김 후보 소유의 땅을 지나가도록 휘어지게 노선을 변경했다는 의혹, 그래서 3800만 원에 산 땅에 엄청난 시세 차익이 생겼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인 16일 호남지역 합동연설회에는 안 후보가 "(김 후보는)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께서 어제 토론회를 보고 의혹이 커졌다고 말한다"며 "만약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 오히려 공격을 받고 총선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그러자 16일 당일에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금일 합동연설회에서 안 후보가 김 후보에 대해 한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는 명백한 비방, 흑색선전 및 인격공격"이라며 "안 후보의 행위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39조에 명백하게 해당되는 위반 행위이므로 동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날 오전 밝혔다.
선관위 기자회견은 김 후보 측이 이같은 요청을 했다고 밝힌 당일 이뤄진 셈이고,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이 모두 배석한 기자회견 형태로 권위와 무게를 더했다.
선관위는 앞서 안 후보 측에서 4차례 문제제기를 했을 때는 위원장 기자회견 대신 입장문·설명자료를 배포하는 형태로 대응했었다.
안 후보 측은 앞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의 김 후보 지지발언 △당 소속 의원·당협위원장의 김 후보 지지선언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유출 의혹 △합동연설회장 비표 배분 문제 등에 대해 선관위 측에 문제제기를 했다.
선관위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안 후보 측에 구두·서면으로 경과를 설명하거나 보도자료 형태의 입장문을 냈다. 선관위원장이나 선관위 대변인이 직접 회견을 여는 등의 방식과는 온도차가 있었던 셈이다.
안 후보 측은 캠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관위의 걱정과 독려를 존중한다", "처음부터도 그러지 않았거니와 이후에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일면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정당한 문제제기와 철저한 검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검증 공세를 거둘 뜻이 없음을 선언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냐"며 "선관위 대응이나 경선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