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상대에 대한 노골적 공격도 불사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김기현 후보에게 "호남 출마 용기가 있나"라고 묻고 '울산 KTX 노선 변경으로 부동산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는 이에 "가짜뉴스 퍼 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를 아직도 갖고 있다"고 맞섰다.
안 후보는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광주·전남·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 출마 지역을 당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이곳 호남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김 후보에게 묻겠다. 당이 요청한다면 저처럼 제주나 호남에서 출마할 용기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대표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전당대회 승리와 윤심만 생각하는 후보와, 내년 총선 승리와 민심을 생각하는 후보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또 "어제 토론에서 황교안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께서 어제 토론회를 보고 의혹이 커졌다고 말한다"며 "만약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 오히려 공격을 받고 총선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해명 요구에 대해 그는 "없는 말, 가짜 뉴스 막 만들어 퍼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가 우리 페스티벌이 돼야 할 전대에 횡행하고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며 "민주당식 프레임하면서 내부총질하는 후보 용납하시겠나?"라고 말했다.
연설회 뒤 기자들과 만난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시스템 공천' 주장에 대해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안 후보가 자기가 미는 후보를 공천 받게 하려다 내부에서 난리법석 난 적 있다"며 "그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참패했다. 그런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김·안 후보는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한 공중전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총선 뒤 당대표 사퇴' 선언에 대해 "대권 욕심을 갖고 있으면 공천 과정에서 내 사람을 다 심을 것이다. 공천 다 마쳤고 선거 다 마쳤는데 계속 대표할 필요가 없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의 주인공은 안 후보가 아니고 '윤 대통령이 일을 잘했나 못했나'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안 캠프가 '합동연설회 출입증 불공정 배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김 후보는 "(안 후보) 본인이 1인 정당 같은 형태를 계속했기 때문에 큰 정당 시스템을 잘 몰랐던 것이거나, 알면서도 흠집 내기 외에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계속 진흙탕을 하시면 지도자의 자격이 있을까. (안 후보가) 지금까지 나오던 선거마다 계속 졌다, 왜 졌는지 알겠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친윤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윤석열 대통령 명예 당대표론'에 대해 "당헌을 보면 (대통령이) 명예직을 가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전당대회 와중인데 자칫하면 국민들께 '대통령이 당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게 내년 총선 승리에 과연 도움이 될까"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또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중요한데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키려면 인지도가 있어야 된다"며 "누가 나와서 지원 유세하는데 '저 사람 누구야' 이렇게 되면 곤란하지 않나. 그런데 김 후보는 그런 인지도가 없는 건 모든 분이 아실 것"이라고 김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겨냥했다.
연일 충돌 중인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1.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국민의힘 지지층 ±4.45%P)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484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 후보가 38.6%로 안 후보 29.8%를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김‧안 후보 결선투표를 가정해 물었을 때도 김 후보 49.1%, 안 후보 42%로 김 후보가 우세했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응답률 2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국민의힘 지지층 ±4.9%P)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395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안 후보가 30%로 김 후보(26%)를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김‧안 후보 결선투표를 가정해 물었을 때도 안 후보 43%, 김 후보 39%로 안 후보가 우세했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전남·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 "민주당이 호남, 전라도당이라고 하면서 매번 경상도 출신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내서 이기기 위해 도전하는 것처럼 우리도 호남을 핵심지역으로 삼아 전국선거를 이길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에서 명맥이 끊긴 호남의 큰 정치인을 우리 국민의힘이 배출해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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