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는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고, 3학점 교양 필수과목으로 '세계와 시민'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와 시민'은 매 학기 2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00개의 강좌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주제로 선정해 한 학기 동안 해당 주제를 토론하고 이를 연구해 동료에게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학생 주도의 공동 프로젝트(Global Citizen Project, GCP)를 수행한다. 수업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성소수자 문제, 동물권, 플랫폼노동, 기후변화 등 오늘날 언론에서도 뜨겁게 다뤄지는 이슈들이다. 해당 주제들을 다루면서 학생들은 글로컬 차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시민적 삶의 존재 조건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를 다진다. 청년으로서 첫 걸음을 떼는 학생이 수업의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록하는 수업인 셈이다. <프레시안>은 지난해에 진행한 '세계와 시민' 수업 프로젝트 중 10개를 추려 수강생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소개한다. 편집자.
코로나 직격탄으로 전 세계는 경제, 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격을 입었다. 시민들은 이전과 같은 일상을 더는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취한 강한 통제 정책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개인의 자유와 공익 추구 사이의 균형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그런데 시민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를 풍토병으로 인식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영업시간 제한 등 과거 코로나 전염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여러 정책을 해제했다. 팬데믹은 거의 종식되는 분위기지만 향후 이러한 전염병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렇기에 이후 있을 팬데믹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보고 정부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코로나19와 시민 인권을 본 GCP 활동의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GCP 활동 주제 키워드로 '코로나19'와 '시민 인권'을 고르고 포괄적인 주제 선정은 GCP 활동의 방향성을 제고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교수님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소주제를 선정하고자 했다. 경험과 현장성을 중요시하는 활동인 만큼 우리 주변에서 겪었던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공익과 사익 사이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여 갈등이 발생하기 쉽고,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려운 쟁점들을 위주로 주제를 좁히다 보니 '자가격리', '백신패스', 그리고 '메디컬 시스템'의 3가지 키워드로 소주제를 나눌 수 있었다. 이 3개의 쟁점들은 모두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에 '시민 인권' 키워드를 심층적으로 다루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GCP활동을 할 당시에는 특히 자가격리와 백신패스와 관련한 이슈들이 뉴스와 기사로 쏟아졌기에 경희대학교 학생으로서 세계와 시민 수업에서 해당 주제를 논의한다면 큰 의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과거 기억을 끄집어내 일단 우리들이 겪었던 피해와 당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았다. 필자를 포함하여 GCP 활동 조원들은 모두 코로나19가 발생한 시점에는 고등학생이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비대면의 생활이 시작되고, 자가격리와 백신패스가 도입되는 등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큰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것은 수험생인 우리들이었다. 수업과 학습이 삶의 전부인 채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강요되는 비대면 학습과 자가격리에 따른 등교 불가 상황은 분명한 학습권 침해였다. 직접 대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보충수업을 통해 느껴지는 학습 결손 및 학우들과의 일상시간 단절, 인정점수제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학업 역량 평가 방법의 최선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자가격리제도가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로 인해 사익이 침해당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공익과 사익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섣불리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학습권 침해 문제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대학교들은 각 학교의 사정을 고려하여 이제는 안정적인 이러닝캠퍼스를 통한 온라인 수업을 적극 실시했다. GCP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만 해도 자가격리제도와 백신패스 등 정부의 여러 정책이 실시 중이었고, 대부분의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권장했기에 제대로 된 학습권의 보장은 어려웠다. 사익의 희생을 통해서 쌓아 올린 공익이 실현되는 광경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들이 감수해야만 했던 모습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사익의 희생에 대해서 세계 시민으로서 한번쯤은 논의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발병 당시 여론은 주로 학생들의 교육과 자영업자들에 관한 인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역시도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려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기초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공익과 사익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의료계열 종사자들과 계약고용의 형태로 업무에 종사하시는 노동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겼다. 이렇게 하여 나온 소주제가 바로 1)자가격리제도 2)백신패스 3)메디컬 시스템이었다. 자가격리제도에서는 노동권과 학습권을 중점으로, 백신패스에서는 자유권, 사회권, 참정권을, 메디컬 시스템에서는 치료권과 관련한 시민 인권 문제를 다루었다. GCP 보고서의 내용 외에 교사의 교육권 또는 미미한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복지 등 다양한 시점들을 고려해볼 수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지점은 아쉬웠다. 나아가 주로 한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의 피해를 크게 받은 국가들에 관해 다방면으로 다루지 못하고 소수의 국가만을 다루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GCP를 하면서 사회 이슈를 거시적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슈에서 초래된 사회의 거시적 문제에서 나아가 일상 가까이에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들을 통찰하는 시선을 겸비하는 초석을 쌓는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 자가격리, 백신패스 등의 문제점을 각각 단편적으로만 인식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문제들을 인권이라는 측면으로 묶어 탐구해본 결과, 조원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국가의 방침을 맹목적으로 따를 뿐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우리는 정책 제언을 하기 이전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으로의 발전을 위한 인식 제고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토대로 카드뉴스와 포스터,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여 되도록 다양한 매체에 우리의 의견이 노출되게끔 하였다.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음에 후회는 없다. 우리들의 노력이 변화를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것이다. '공익과 사익 중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질문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현 혹은 미래의 사회의 문제점을 고심하고, 고안점을 실천해가는 학도들로서 서로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의미가 남지 않았나 싶다. 수고한 조원들, 그리고 활동 과정 중에도 귀중한 조언들을 남겨주신 교수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GCP에 진심이었조: 경희대 학생 신지윤, 유지현, 정지민, 최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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