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을 SNS에 추천하며 조 전 장관에 대한 변치 않는 신임을 드러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저자의 처지"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8일 올린 글에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저자의 처지가 어떻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라며 "학자이자 저술가로서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 꽃을 피워낸 저자의 공력이 빛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한국의 법학은 법의 정신과 본질에 관한 법철학의 기반 없이 개념법학과 법해석학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 누구나 법치를 말하지만 정작 민주주의와 짝을 이루는 법치주의가 국가 권력을 제약하는 원리라는 인식은 부족하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가치 중 하나가 법치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말은 단순한 도서 추천을 넘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책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 법 정신의 뿌리가 된 법고전의 사상들을 일반 시민에게 쉽게 강의하는 책을 펴낸 것은 법학자로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상찬하며 "나아가서 한국사회의 법과 정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심에서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징역 2년(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우리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며 "대학교수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두 자녀의 입시가 이어진 수 년간 같은 종류의 범행을 반복했고 피고인이 직접 위조하거나 허위 발급받은 서류들을 제출하는 위계(僞計)를 사용하고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져 갔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범행으로 각 교육기관의 입학사정 업무가 실제 방해됐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장학금 수수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국정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어느 공직자보다도 공정성과 청렴성에 모범을 보였어야 할 책무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 수수해 스스로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법원은 특히 "그런데도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그러나 판결 선고 직후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선 항소해 더욱 성실히 다툴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9년 법무부 장관에 지명될 당시 검찰·언론·보수야당은 내가 사모펀드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사모펀드에 대해선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배우자 정경심 교수도 관련 혐의에 대해 거의 모두 무죄를 받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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