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거치며 민생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난방비 급등 사태 대책으로 대통령실이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인상하는 방안을 26일 내놓았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와 가스공사의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기초생활수급 가구, 노인질환자 등 117만6000 가구에 대해 올 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할 방침이다.
또한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서도 올 겨울에 한해 요금할인폭(9000원~3만6000원)을 2배 인상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 수석은 "최근 난방비가 크게 오른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했다"고 했다.
이 같은 대내외적인 이유를 강조하며 그는 "정부는 지난해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2022년 인상요인 일부를 반영했고, 겨울철 난방수요 집중을 고려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요금을 동결했다"고 했다.
최 수석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2022년 대비 주택용 가스요금이 2~4배 상승했다"며 "가스요금 인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가스 요금 수준은 이들 국가 대비 23%에서 60% 수준으로 아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 가스요금이 폭등해 각 나라가 요금 현실화를 밟아왔으나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최 수석은 "난방비 부담 확대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감내해야 하는 대외 여건"이라며 "어려운 가구일수록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했다.
한전 및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를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난방비 인상에 따른 국민적 부담이 표면화되자 에너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최 수석은 추가적인 난방비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올해 2분기 이후 어떻게 될지에 대해선 말하기가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부담이나 한전, 가스공사의 재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며 "최대한 균형을 잡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는데 방점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횡재세 걷어 추경 하자" vs 주호영 "추경? 전혀 검토 안 해"
앞서 여야도 난방비 지원 확대를 정부에 주문했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은 정치권 전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야당은 횡재세 등 추가 재원 확보를 통한 수 조 원대의 추경까지 주장하고 있어, 취약계층 지원 이외의 대책을 놓고는 이견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긴급대책회의'에서 "약 7조2000억 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재원 부분에 대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자연인에 대하여 그 초과분에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최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엄청 늘어나서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며 "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한 것은 권장할 바이긴 한데, 과도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유럽 등에서 채택하는 횡재세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담금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해서 했던 노력의 극히 일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어도 이 문제는 이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물가 인상·에너지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이에 대한 대책은 신속하게, 또 확실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난방비 폭탄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서 난방비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소위 에너지 바우처라고 해서 교환권을 지급하는 방법 등을 전부 검토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취약층은 당연하고, 그 이상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지 그런 것들을 (당정회의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취약계층부터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어느 게 가장 효과적이고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잘할 수 있을지는 당정 협의나 전문가 의견을 듣고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면서 '전 국민까지 다 열어놓고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저희들은 아직 추경은 전혀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예비비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재원을 가지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국가 재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필요할 때마다 빚을 내서 그냥 풀어헤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적절한 범위에서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들을 도입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우연한 기회에 조금 이익을 남겼다고 그래서 홀라당 다 거두고…. 이건 저는 국가 조세정책의 형평성이나 예측 가능성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많이 신중히 검토해 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도 난방비 지원을 위한 추경을 촉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나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난방비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포함해서 민생 추경이 빨리 이루어져야 된다"고 했다.
심 의원은 "우리도 작년에 예산 심의할 때 여야가 합의로 감세한 액만 12조원이다. 그중에 절반만 이런 난방비 지원을 했어도 가구당 한 32만 원씩은 지급이 가능했다"며 "에너지 바우처는 그 대상도 아주 협소하고 1월에 7000원 정도 올라 봐야 동절기에 한 15만 원 정도다. 에너지 바우처는 에너지 빈곤층의 한파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심 의원도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인가에 대해서 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횡재세를 지금 '약자 보호'라는 협소한 틀로 가둘 문제가 아니다. 비(非)기후산업 분야의 법인세도 강화하고 횡재세도 매겨서 그 돈 가지고 기후 경쟁력 강화하고 고용 유지하고 약자 복지 하겠다는 것이다. 저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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