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협 재정비와 관련 "비윤 학살이 시작됐다"며 "보수의 분열로 이미 들어섰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원장은 3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윤, 비윤 기준으로 지금 국민의힘처럼 칼질을 해버린다고 하면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비윤, 소위 유승민 전 의원하고 가까운 분들은 칼질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다"면서 "모두가 친윤으로 포진을 하지 않느냐.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러면 비윤들이 그대로 있겠느냐"라고 '보수 분열' 가능성을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당협위원장이라고 하는 것은 균형을 맞춰줘도 결정적 순간에, 내년 공천에서 칼질을 할 수 있다. 대개 그렇게 해왔다"며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매섭게 칼질을 하는 것은, 이미 올 것이 왔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박 전 원장은 또 검찰 출신들이 당협위원장 인선에서 약진한 데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도 검찰들이 장악하고 있는 소위 검찰공화국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당) 역시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보면 올 것이 왔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당협 70곳 중 42명의 조직위원장을 임명했다. 친윤계와 대선캠프·인수위 출신, 검사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고, 비윤계인 허은아 의원과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임명에서 배제되거나 보류됐다. (☞관련 기사 : "친윤 아니면 다 나가란 거냐?"...국민의힘, 지역조직 재정비에 내부 반발)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로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 임명이 보류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협위원장 인선이 보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저도 모른다. 제가 묻고 싶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전 최고위원은 "정치를 하다 보면 몸에 구력이 붙는다. 이래도 웃을 때가 있고 저래도 웃을 때가 있고 그렇게 해야지 정치를 버티고 오래 있을 수 있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참고 인내하고 기다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을 그냥 꾸준히 가고 있으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은 다 아신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인선에서 '친윤' 김경진 전 의원에 밀려난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거냐"며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끄럽다"고 격분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윤석열 대선캠프 대변인 간 대결이었던 서울 강동갑에서 전주혜 비대위원에 밀린 윤희석 전 대변인도 전날 SNS에 "헌신했던 사람은 희생되고, 혜택받은 사람은 또 특혜를 받는 것은 '공정과 상식'이라 할 수 없다"며 "오로지 강동구민만 믿고 끝까지 뛰겠다"고 쓰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이같은 비윤 내지 범친윤계의 반발에 대해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 조직책을 선정하는 문제인데 그것은 지역 주민들과 누가 가까운가 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와 친하다, 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대되는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대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보편적인 책정 기준에 의해서 선정을 하는 것이지 않느냐"며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친하다고 내가 배제된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할 때는 스스로를 한 번쯤은 돌이켜봤으면 좋겠다"고 헀다. 이는 허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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