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통해 진행된 사고당협 지역구 정비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주혜 의원과 김경진 전 의원 등 당내 친윤계의 약진이 눈에 띈 반면, 비윤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의원, 정미경 전 최고위원 등은 배제·보류됐다.
국민의힘 조강특위는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으로 서울 7명, 인천 4명, 광주 2명, 대전 2명, 세종 1명, 경기 15명, 강원 1명, 충북 1명, 충남 2명, 전북 4명, 전남 2명, 경남 1명 등 총 42명의 조직위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강특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신청자들에 대해 총선 경쟁력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했으며 추가적으로 기존조직과의 융화, 지역기반, 당 기여도, 당원배가 실적 및 향후 운영계획, 정부의 국정기조에 대한 이해도 등에 대해 심사했다"고 밝혔다.
조직위원장 인선 면면을 보면 친윤계 인사들의 전진 배치가 눈에 띄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이 현역의원인 허은아 의원을 꺾고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 당협을 맡게 됐다. 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비윤 성향으로 분류된다.
현역 비대위원이자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대변인을 지낸 전주혜 의원은 서울 강동구 당협을 맡게 됐다. 전 의원과 맞붙은 윤희석 전 대변인도 윤석열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냈지만, 상대적으로 윤 대통령보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더 가까운 인사로 평가된다.
김종혁 현 비대위원은 경기 고양병 당협을 맡게 됐고, 정운천(전북 전주을), 노용호(강원 춘천갑), 윤창현(대전 동구) 등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도 지역구 조직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인수위 시절 당선인 특별고문을 지낸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은 서울 관악갑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경기도지사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홍종기 변호사는 경기 수원정에 배치됐다.
인수위 시절 국민통합위 자문위원을 지낸 민병웅 국민대 교수는 서울 성북을, 인수위 기획위 자문위원을 지낸 하헌식 조선대 교수는 광주 서구을 당협을 맡았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낸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경기 성남수정에, 최호 전 인수위 기획분과위 자문위원은 경기 평택갑에 배치됐다. 서영석 전 국민캠프(윤 대통령 대선 경선캠프) 정무특보도 경기 부천을 당협을 맡게 됐다.
검사 출신 심재돈 변호사(전 중앙지검 특수2부장, 인천 동구·미추홀갑), 최기식 변호사(전 대구지검 1차장, 경기 의왕과천) 등의 조직위원장 인선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검사 시절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특히 최 변호사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전 5선 국회의원을 제치고 임명됐다.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명박 정부)의 경우 충북 청주서원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김 전 비서관도 검사장 출신으로, 그가 대검 기조부장일 때 한동훈 법무장관이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그를 보좌했다.
공석으로 남겨진 자리도 눈길을 끈다. 경기 성남분당을의 경우,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정미경 전 최고위원과 김민수 혁신위원이 맞붙었지만 심사가 보류됐다. 정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이 '준석맘'으로 부르는 등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성향으로 분류됐다.
서울 마포갑 지역구도 공석으로 남겨졌는데, 이 곳은 강승규 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8대 총선 당시 당선된 곳이다. 이 곳에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최승재 의원이 위원장에 입후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역시 보류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분분한 정치적 해석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고당협 문제는 믿기지 않겠지만 일체 관여를 안 했다"며 "사무총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보고도 받지 않아 제가 잘 모른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비윤계 인사 솎아내기'라는 해석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강특위 위워장인 김석기 사무총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계 쳐내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서울 동대문을의 경우를 설명드리면, (기준은) 경쟁력이다. 김 전 의원은 전 지역구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지역구를 관리해본 경험이 있고, 상대적으로 좀더 인지도가 있다. 학교도 (동대문과 가까운) 고려대를 나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두 분 다 아주 좋은 분인데, 상대적으로 김 전 의원이 (허 의원보다) 좀더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만장일치로 면접 결과 판단한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그러나 허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거냐"고 반발했다. 허 의원은 "의정활동 3년간 재보궐, 대선, 지방선거까지 3번의 선거가 있었고 저는 늘 최전방에서 민주당에 맞서 국민과 당의 승리를 위해 싸웠다"며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럽기보다는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허 의원은 "인지도와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동대문구민과 동대문 당원이 아니라 친윤만 아는 인지도와 경쟁력인 것 같다"면서 "지금 비대위와 당의 방향타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겉으로 아닌 척 애써 부인해도 국민들은 알고 계신다. 즉시 (방향타를) 국민에게 다시 돌리지 않으면 우리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고 다음 총선에서 다시금 쓰라린 패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썼다.
김 사무총장은 한편 20여 곳이 공석으로 남은 이유에 대해서는 "남겨둔 곳은 신청한 분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상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 결정하기 곤란하고 좀더 검토해보자고 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강승규 수석 지역구였던 마포갑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총장은 "용산 수석, 이런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총선 때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 강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어디서 오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으로 충원하는 게 우리 목표인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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