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모임 국민공감이 공식 출범했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 '윤핵관 맏형'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였다. 참석자들은 '국민공감은 공부모임'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지만, 오는 2월말~3월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의 본격적인 세력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7일 국회에서는 김정재·이철규 의원 등을 간사로 둔 국민공감의 첫 번째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친윤계 의원들은 물론 김기현·안철수 등 당권 주자, 조해진·하태경 등 비윤계까지 현역의원 71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 115명의 절반이 넘는 수다.
이철규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민공감의 성격에 대해 "국정운영의 원동력이 되고 새 정부 입법·예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토론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부모임은 필수요소"라며 "국민공감이 당내 학습의 장이자 국민들께 도움 되는 정책을 생산하는 플랫폼 공부모임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계파모임의 길로 결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공감이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친윤계'의 세력화 작업이라는 의구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 앞에 선 '친윤계' 의원들에게도 주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채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장제원 의원은 "국민공감이라는 공부 모임은 우리 당에 꼭 필요한 모임"이라며 "당의 체력을 키우고 정신력을 키워서 윤석열 정부를 잘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국민공감이 활발한 토론과 많은 공부를 통해 정당의 역량을 만들어가는데 좋은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축하하러 왔다"고 밝혔다.
'국민공감이 친윤 계파 모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말에 장 의원은 "의원 70명이 모인 모임이 계파모임인가"라며 "앞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안 될 것"이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도 장 의원은 차기 당권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꺼냈다. 그의 화살은 주로 현 당 지도부를 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 '수도권·MZ세대 인기'를 꼽고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에 대해 "다들 (당원들) 성에 안 찬다"고 한 데 대해 장 의원은 "저는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지금 원내에 얼마나 현안이 많나"라며 "안 해도 될 말씀을, 우리 당의 모습만 작아지는 이야기를 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표현에 '윤심'이 담겼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대통령께서 우리 전당대회 후보를 두고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진 않을 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도권·MZ세대 인기론'에 동조한 데 대해서도 장 의원은 "비대위원장께서 (당 대표) 후보에 대한 가이드라인, 기준을 말씀하시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전당대회에 심판을 보시는 분이잖나. 그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당 대표 차출론'에 대해서도 장 의원은 "저는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회동을 한 김기현 의원과 자신의 전날 회동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자신이 주도해 출범한 의원 모임 '새로운 미래, 혁신24'의 오는 14일 강사로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를 섭외해 이날 기자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 남구 을이다.
'김-장 연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하기로 했나'라는 질문에 장 의원은 "너무 나가지 말자. 우리 너무 앞서 가지 말자"며 "차차 보자. 경선룰이 만들어지고 전당대회 일정이 나오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김 의원과 만난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도 장 의원은 "그냥 만난 거다. 잠시 보자고 그래서 시간이 나서 차 한 잔하고 그냥 그런 얘기했다"고 답을 피했다.
장 의원은 다만 '윤 대통령이 당권 교통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시간이 있는데 무슨 교통정리냐"며 "어떻게 그것(당권)을 대통령께서 지금 교통정리를 하시느냐. 전당대회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런 억측을 그렇게 하시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의원도 국민공감에 대해 "구성원을 보면 계파를 형성하거나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인 게 아니라 순수 공부모임"이라고 말했다.
'수도권·MZ세대 대표론'에 대해 권 의원은 "우리 당이 지향할 바는 차기 총선 승리다. 이를 위해 수도권, 2030, 중도 지향으로 나가는 건 선거 전략으로는 맞다"면서도 "당 대표(정 위원장)가 어느 지역 출신(이 차기 당 대표에 적합하다고) 못 받는 건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권 의원의 지역구는 강원 강릉시다.
'한동훈 차출론'에 대해 권 의원은 "이제 장관직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도 문재인 정부가 훼손한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지금 당장 전당대회가 2월 말, 3월 초로 시일이 촉박하다"며 "한동훈 차출론은 아주 극히 일부의 주장이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은 배현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고, 강사로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가 초빙돼 '자유민주주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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