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9일 째인 16일 시민추모제를 진행하는 유가족들은 추모제 관련 기사 댓글 기능 중단을 포털·언론 등에 요청했다. <프레시안>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 추모제 관련 기사는 <프레시안> 사이트 및 포털에서 댓글창을 닫기로 했다. (관련기사 : "보도 댓글창 닫아달라"...이태원 참사 유가족 포털·언론에 호소)
1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대로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가 열렸다. 300여 명의 유족들이 이 자리에 나왔다. 떠나간 희생자들에게, 유족들은 아무리 써 봐도 모자란 편지를 전했다.
함께하지 못해 영상으로나마 편지를 보내온 이들도 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교민 희생자, 김인홍 씨의 어머니와 누나다. 현재 비엔나에 거주 중인 그들이 참사와 참사 이후의 상황에 대해 편지를 보내왔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던 어머니의 권유로 김인홍 씨는 한국에 머물렀다. 그의 희생에,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인지 물었다. 누나는 참사 이후의 '한국'에 대해 다시 물었다.
아래로 추모제에 재생된 그들의 영상편지 내용 전체를 문자로 옮긴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국적의 24세 건강했던 청년, 김인홍의 엄마입니다.
나의 아들이 떠난 지 45일이 지났습니다. 날마다 아들과 산책하던 곳에 아들을 묻었습니다. 날마다 아들에게 가면서,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 무너집니다. 피투성이였던, 참으로 믿기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런 아들을 본 엄마에게 '부검을 할 거냐' (묻습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어찌하여 '아닌 것'을 해야만 하는 (겁니까.) 현실에 통곡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시민권을 취득하여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이기에 받는 차별, 불이익과 역경을 견디면서,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며 애들을 키웠습니다.
나의 아들을, '대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어를 더 잘해서 자신 있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권유하며 어학당에 보낸, 이 엄마의 잘못인가요? (아니면) 이태원을 친구들이랑 간 아들의 잘못인가요? 묻고 싶습니다.
길가에서 죽은 내 아들.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어떻게 대한민국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아직까지도 내 아들이 어떻게 일산 동국대 병원까지 갔는지, 친구들하고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뒤쪽으로 갔다는데 어디서 죽었는지, 모릅니다. 정부에서 (말한) '22시 15분에 압사추정' 밖에 모릅니다. 외국인이기에 이러는 겁니까? 화가 나서 미치겠습니다.
전 세계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 나와 주세요.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 아이들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대하는지, (모두) 철저히 규명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내 아들 장례를 하루 만에 끝내고, 그 다음 날부터 이태원에 갔습니다. 녹사평 빈소에 갔는데, 이름도 사진도 없는 곳에서 추모하는 국민들을 보고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이 대한민국이 우리가 자랑하던 나의 조국이라는 것이, 죽은 아들에게는 더욱 부끄럽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라'는 엄마의 가르침이 아들을 죽인 것인지. 날마다 날마다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길거리에서 죽은 내 아들의 억울함에 대한민국 정부는 답하십시오.
첫째, 왜 긴급전화는 무시되었나. 오후 6시 34분에 첫 전화가 와서 대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왜 대응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이 시간에 대응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둘째, 한국 정부의 대응은 무지하다. 아무도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원인을 규명하라. 대한민국은 책임자를 밝혀내라.
셋째, 한국정부는 왜 가족들 사이의 의사사통을 막습니까? 숨기는 것도 모자라 막기까지 하십니까?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에,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유가족들을 (서로) 연결해 달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의사소통을 주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맙시다. 여러분 힘냅시다. 우리의 억울한 아이들을 위해서.
비엔나에서, 김인홍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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