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이 연말 휴전 가능성을 일축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이 침공 1년이 되는 내년 2월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강력 반발했지만 미국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각)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광범위한 새로운 공세를 준비 중이라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격 시점을 내년 2월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대규모 공세 시점 예측 근거로 지난 9~10월 이뤄진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을 들었다. 그는 동원된 30만 명 가량의 병사 중 절반 가량은 전장이 투입됐지만 "15만 명 가량은 별도의 장소에서 훈련 중"이라며 이들이 향후 공격을 위한 철저한 준비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 동원된 병사들이 "준비되는 데 최소 3달이 걸린다. 이는 저들이 새로운 공격을 내년 2월에 개시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또한 올해 2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또한 러시아가 향후 동원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면서 러시아군의 주된 전략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크라이나군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레즈니코우 장관의 발언이 최근 몇 달 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차례로 잃고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 동맹국들이 안주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경계하고 러시아의 계속되는 위협을 강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혹독한 날씨 탓에 겨울 동안 전쟁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과 군사적 협력을 도모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이번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러시아가 20만 명 규모의 새로운 병력을 준비 중"이라며 키이우가 또 다른 공격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동원령은 효과가 있었다"며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2월, 미뤄져도 3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1월 말에 닥치는 최악의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가디언>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등도 연이어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인터뷰에서 잘 훈련된 병사들과 우크라이나가 동맹들로부터 제공받기를 희망하는 무기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13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보낼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1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해당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군사적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미 행정부의 또 다른 도발적 행보"라고 했다. 이어 15일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은 "확전"을 이끌어낼 수 있고 "미군을 전투에 직접 끌어들일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에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침공으로 이웃나라를 잔인하게 공격하고 있는 나라"가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을 "도발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러시아의 반응은 미국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 휴전 가능성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5일 러시아가 헤르손의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폭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도시 전체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 쪽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시 중심부에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15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 대변인인 올렉시 그로모우 우크라이나군 준장은 "우리 땅에 점령군이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때만 완전한 전투 중단이 있을 것"이라며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날 페스코프 대변인도 "크리스마스 휴전"은 "의제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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