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해 폴란드, 미국 등이 최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용 미사일로 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쪽은 계속해서 이를 부인했다. 당장의 긴장은 가라앉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가능성으로 회자되던 확전이 눈 앞으로 다가왔던 데 대한 충격은 남는다. 미사일로 주민 2명을 잃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전쟁 초기의 공포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러시아군을 완전히 영토에서 몰아낼 가능성이 적다며 우크라이나에 다시 한 번 올 겨울 협상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5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리 미사일이 아니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았다며 "전쟁을 함께 헤쳐 온 이들을 신뢰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이 "만일 우리의 대공 방어용이라면 증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가 관련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전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다고 밝히며 "러시아의 침략이 폴란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나토는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관련한 긴급회의 뒤 "초기 분석 결과 해당 사건이 자국 영토 내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나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그러나 분명히 하자. 이는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에 궁극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진 15일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90발의 미사일을 퍼부은 최대 규모 공습을 단행해 거의 천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정전을 겪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또 "이 사건이 고의적 공격이라는 징후가 없고 러시아가 나토에 대한 공격적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며 러시아의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에 대한 공격 의혹으로 증대된 확전 우려를 진정시켰다. '한 회원국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 5조 집단 방위 규정에 의해 이번 사태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대결에 나설 수 있다는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사건 직후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라고 밝히고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경위를 물은 폴란드도 입장을 선회해 16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미사일인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자체 정보 및 동맹국 정보에 의하면 미사일 종류가 "소련 시절 만들어진 (지대공 미사일) S-300"이라고 설명하고 "러시아 쪽에서 발사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앞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7개국(G7) 및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 회의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사일이 "탄도 궤적상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17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귀국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발이 아니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듭된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증거가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나토 등은 초기 조사 결과를 빠르게 공개하며 확전 우려를 가라앉혔지만 16일 미 CNN 방송은 이 사건 자체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얼마나 쉽게 나토와의 분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이 사건으로 폴란드가 대공 방어를 늘릴 것이고 독일은 이미 이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이 지역에 더 많은 대공 미사일 배치가 "사고"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러시아가 이미 수사적으로 이 전쟁을 나토 동맹국 전체와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들며 확전 가능성이 생겼을 때 러시아가 물러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초기 조사 결과를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토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나토 회원국의 한 외교관은 매체에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부수고 있다. 아무도 우크라이나를 탓하지 않는데 그들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이는 미사일보다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 미사일 사고로 두 명의 이웃을 잃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폴란드 남동부 프셰보두프 마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거주민이 500~600명에 불과한 이 마을 곡물저장고 인근에 2발의 미사일이 떨어지며 60대 남성 농장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뉴욕타임스>는 주요 전장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이동한 뒤 평온을 되찾았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지역 폴란드 주민들에게 다시금 전쟁 초기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주민들이 전쟁 초기에는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목도하며 공포에 떨었지만 최근엔 인플레이션이나 연료 부족 등을 걱정하며 비교적 평온하게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15일 폭발음을 듣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주민 이와나 마르골은 이 매체에 이제 폴란드에도 전쟁이 닥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미사일 발사 주체가 러시아가 아닌 것 같다는 발표에 다소 안도감을 표했다고도 보도했다. 한 주민은 통신에 "우리는 국경 인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무력 분쟁에 직접 노출될 것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마음 한 켠에 있다. 그게 가장 큰 공포"라며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만일 이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실수라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16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미 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몰아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며 우크라이나가 올 겨울을 종전을 위한 협상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화했다. 밀리 의장은 "러시아군은 최근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당신이 강하고 상대가 약한 입장일 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 병합을 주장한 지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 퇴각하며 고전 중이다. 밀리 의장은 지난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도 낮은 기온 탓에 통상 전투 속도가 느려지는 겨울이 "협상을 위한 기회의 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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