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2003년 발언을 들춰내 '통치행위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 분야 공직자들이 한 장관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 얘기하는 것 보라. 칼날은 문재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법률을 초원하는 통치행위는 민주국가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 기억으로는 문 전 대통령께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대북송금 특검을 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유감스럽지만 책임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걸로 기억한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겨냥한 한동훈 "文, DJ 특검 때 '유감이지만 책임져야 한다' 했잖나")
박 전 원장은 "과거에 (문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서 그런 얘기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법부에 의해서 대법원 최종 판결로 무죄 판결이 났지 않았느냐"며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지금 한 장관이 그렇게 말한다면 왜 정권교체를 했느냐? 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됐느냐?"고 비판했다. "모든 걸 다 문 전 대통령한테 책임을 전가하려면 왜 정권교체를 해서 윤 대통령이 집권하느냐는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어제 TV 인터뷰에서 '한 장관 발언이 틀렸다. 문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해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 했는데 끝나고 자료를 찾아보니까 문 전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더라. 정정한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됐든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따져가자면 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헀는지, 왜 박정희가 군사혁명으로 집권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이 어제 찔러보는 수준에서 뭐라고 했더라"며 "어제는 사실상 언론에 대놓고 수사지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비판헀다.
윤 의원은 "한 장관의 어제 태도는 한 부서의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정치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찔러보기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라디오 진행자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구속 전후로 문 전 대통령과 소통을 해봤느냐'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이) 많은 말씀을 하시지만 제가 방송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겠느냐"고만 했다. "말씀을 옮기는 게 대단히 조심스러운 것이, 일부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왜곡하고 해석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화가 많이 나 계시더냐'는 추가 질문에는 "네, 제가 볼 때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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