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안보 컨트롤타워였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혐의로 구속됐다. 서해 사건 수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일 새벽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실장은 전날인 2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무려 10시간에 걸쳐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제 도입 이래 최장 시간 기록이다. 종전 최장 기록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 3월, 8시간 40분)이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 대해 △고(故) 이대준 씨 피살 직후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이후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국방부·국정원 등 보고서와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등의 혐의를 두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최고위급(실장급. 장관급에 해당) 인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서 전 실장보다 '더 윗선'을 향할지에 여론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북 첩보 컨트롤타워인 국정원의 박지원 전 원장,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사건 보고를 할 때 서 전 실장과 동석했던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검찰의 조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나아가 문 전 대통령까지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법조계·정치권 안팎에서는 서 전 실장의 구속 여부와는 별개로, 서훈·박지원·노영민 등 당시 고위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이는 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지 않는 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이들은 우선 스스로의 혐의에 대해서부터 '은폐는 없었고 정책적 판단을 했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또 문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 전 실장이나 박 전 원장을 기소하는 선에서 서해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서 전 실장이 실제로 구속됐고,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직접 입장문을 내어 서해 사건 수사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힌 것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내가 승인했다'고 밝힌 만큼, 검찰로서는 당시 보고 경과와 판단 경위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명분이 생겼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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