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 및 '윤핵관' 4인방과 각각 만찬 회동을 가진 직후부터 여당의 전당대회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무 불개입'을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결국 전당대회 논의에 '윤심(尹心. 윤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비대위 사전 티타임 때 전당대회 준비에 대해 얘기했다"며 "'예산국회가 마무리되면 우리도 전대 준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기회 되면 토론을 한 번 시작해 보자'는 정도 이야기를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정 위원장이 전날 "이제는 전당대회 시기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차기 비대위 회의는 다음달 1일이다.
정 위원장은 "다만 전대 시기나 전대 룰 같은 결정은 비대위 사안이 아니고, 비대위가 구성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그러니 제가 생각하고 있는 시점, 누가 생각하는 시점 같은 것은 딱히 의미가 없다. 전준위에서 그런 일들을 결정해서 이행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의 '전당대회 시기 논의' 발언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5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진 이후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는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만찬에서 전대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작문"이라며 "대통령은 전혀 말씀 않으셨고, 그런 일까지 대통령이 지침을 주시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만찬 참석자인 전주혜 비대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러한 (전대) 이야기가 대통령실과의 무슨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도 전당대회 일정을 지금 짜야 될 그럴 순간이 온 것"이라며 "저희가 공당인데 대통령실이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로 해서 그렇게 움직여지지는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잠잠했던 당권 레이스를 재점화할 논의가 대통령과의 만찬회동 직후 여당 지도부에서 언급된 상황은 눈길을 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 앞서 장제원·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 4인방과 비공개로 부부 동반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당시 대화 내용은 물론 회동 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과 장 의원 간 불화설을 봉합해 당내 친윤(親윤석열) 그룹의 구심점을 명확히 세움으로써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등 전대 사전 정지작업을 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당내 상황을 보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김기현·나경원·안철수 의원(가나다순)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인데 이 중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는 없다. 한때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윤심' 주자로 전대에 차출될 수 있다는 설도 돌았지만, 권 장관 지역구인 용산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데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권 장관의 의원 시절 정책특보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장관 차출설도 사그라들고 있다.
때문에 '윤심'이 어떤 주자를 향할지가 초미의 관심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정무 참모 격인 윤핵관 4인방의 비공개 만찬 회동이 이뤄진 것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국민의힘 차기 전대는 내년 2~3월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비대위원장이 차기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내년 3월까지인 비대위원장 임기(6개월)을 연장하지도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친윤계가 현 정진석-주호영 지도부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2월말~3월초'를 전대 시기로 선호하고 있다는 말도 당내에 돌고 있다. 정 위원장이 "누가 생각하는 시점 같은 것은 딱히 의미가 없다"고 선제 해명을 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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