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이 됐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 승진의 이유로 글로벌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이 절실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날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발의했고, 이를 이사회가 의결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1991년 삼성전자 입사 31년 만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인 올해 54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취임한 지 10년 만의 승진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사실상 당시부터 회장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 회장이 취임하는 현재 대외환경이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다. 이건희 시대 삼성의 핵심이던 반도체 산업 역량은 점차 중국에 쫓기고 있고, 휴대전화 등 다른 사업부문 역시 강력한 경쟁 시대와 맞닥뜨렸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후발 주자의 기술력의 위협성이 커짐에 따라 삼성은 다시금 기술격차를 벌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절박하게 찾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삼성이 통제할 수 없는 거시환경 역시 엄혹하다. 크게는 기후위기로 인한 체제 전환이 삼성이 맞닥뜨린 도전이 됐고, 가깝게는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흡수 체제가 전 지구적인 포스트 코로나19의 현상으로 부상해 기업 환경에 어려움을 끼치고 있다.
이에 관해 <연합뉴스>는 이 회장이 지난 25일 고 이건희 전 회장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현 상황을 두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회장은 삼성이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취임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시대' 개막했지만…
이로써 삼성그룹은 본격적으로 이건희 전 회장 이후 '이재용 회장 시대'를 맞게 됐다.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사회와 마찰의 이유가 됐던 무노조 경영 방침 등 시대와 맞지 않는 이념은 과거의 유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은 이미 회장 취임 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그룹의 투명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내건 바 있다.
이 같은 변화 배경에 과거 삼성의 무리한 승계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이 회장이 몸소 체험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경영관리학)과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업을 모두 마친 후 2001년 삼성전자로 복귀해 경영승계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2003년 상무로 승진 후 2007년에는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승진했다.
이후 2009년 본격적인 경영 승계 절차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이 회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국정농단 사건 역시 승계 작업과 맞물리는 뉴스가 돼, 이 부회장은 다시금 뉴스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그 결과 2017년 2월 이 회장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아 삼성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징역형을 살게 됐다.
사법리스크 해소가 첫 관문
이 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으나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재수감됐다.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결국 이 회장은 지난해 8월에야 가석방되면서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었고,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다만 아직 승계 절차의 후폭풍은 남아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승진 첫 일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내년 1월 13일까지 매주 관련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경영권 승계 과정의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 회장과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 만일 해당 재판이 상고심까지 길어질 경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그룹 경영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