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을 나눠 가져가란다. 제일 많이 가져가야 할 곳은 경기도와 서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제외한 광역시·도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고 인구수에 비례해서 나누어 보관하자고 한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의 제안이다.
지금까지 쌓여있는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약 50만 다발. 인구수로 나누면 대략 서울은 14만 다발, 경기도는 20만 다발을 맡아야 한다. 다발 당 무게는 적은 것은 23㎏, 많이 나가는 것은 450㎏다. 해마다 약 700톤씩 배출되는 이 다발은 핵발전을 하는 한 계속 배출되어 쌓인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2036년까지 12기의 핵발전 수명을 연장하고 6기를 추가로 진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기까지 한다.
핵폐기물은 더 늘어날 것이고 추가 분배될 양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 폐기물은 독성이 남달라서 1그램 만으로도 수천 명을 죽음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독성물질로 불린다.
위험한 독성물질 핵폐기물, 왜 나눠 보관하자는 말이냐고?
그 위험한 것을 지척에 두고 사는 지역이 있다. 나눠 보관하자고 제안한 황보승희 의원의 법안은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그동안 핵발전으로 인한 건강상, 재산상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감수해왔다는 점을 먼저 인지시킨다.
지난해 정부가 확정한 핵폐기물 관리 계획은 영구저장시설이 건설되기 전까지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짓고 일단은 지금 있는 곳에 보관하자는 것이니, 이런 형평성 없는 불공정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며 그러니 나누자라는 말이다. 핵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모두가 편리하게 잘 써왔으니 남겨진 폐기물도 일단은 나눠서 보관해 보자는 주장이다.
지역주민들도 발전소를 지었지 핵폐기장을 지은 것은 아니잖냐고 묻는다. 왜 이곳이 핵무덤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임시라면서 수십 년째 발전소 내에 다 쓴 핵연료 폐기물을 쌓아두고 있는데, 꺼내 가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는 정부. 오히려 포화가 예측되니 시설을 더 늘리겠다고 하는 계획을 내미는 정부. 이에 대한 지역의 불신과 분노는 단연 정당하다.
이와 달리 핵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 어떤 위험과 상존하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관심이 없는 지역이 있다. 애써 관심을 둘 필요조차 없이 그저 편리하게 전기를 써 온, 상대적으로 핵발전소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위험도가 낮은 지역도 있다. 이를테면 전력 소비 1위 경기도와 3위 서울은 핵발전소 소재 지역의 "핵폐기물을 가져가라!"는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정을 말하지만 핵 폐기물은 외면하는 그대에게
공정을 중시하는 우리,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핵발전소가 주변에 없어서 굳이 방사능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할 필요가 없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9개 광역시도 지차제는? 이들 지자체의 시민들은?
그동안 핵폐기물을 안고 사는 지역은 지역을 넘어 핵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전 국민이 함께 핵폐기물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반향은 없었다.
핵발전소 소재 지역 외 사람들은 이들을 목소리 없는 자들로 취급했던 것일까? 어차피 내가 쓰는 전기가 핵발전으로 생산되어 수백 킬로미터의 송전망을 타고 흐르건, 석탄을 태워서 만들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생산하건 전기 사용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한 문제 또는 문제 해결의 당사자라는 생각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들이 쓴 전기에서 나온 핵폐기물, 우리들이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그 지역에서 바로 우리에게 이제는 그만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묵묵부답이 아닌 예 혹은 아니요로 답해야 한다. 핵폐기물 문제는 몰아치듯 예 아니요로만 답하라는 검사의 혹독한 질문보다 더 우리 스스로를 '공정'이란 검열대에 세우는 문제이다. 핵폐기물을 가져가라는 지역의 요구 앞에 '공정'의 검열대를 통과하는 첫 번째 길은 핵발전의 문을 하나씩 닫으며 가는 길이다.
하수구가 없으면 수도꼭지를 잠가야 하듯이 더 이상 핵연료봉을 장전하지 않는 것, 장전된 불을 빨리 꺼내는 것. 그것이 핵발전의 전기를 사용한 당사자로서 핵발전 소재지역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공정의 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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