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3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다고 해서 국무회의에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것 아닌가 싶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권익위·보훈처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윤석열 정부 들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법치주의와 공정과 상식, 내편네편 가르지 않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내 편 네 편 가르면서 법치와 공정이 무시되는 이 현실이 과연 현재 대한민국의 정부의 상식인지 묻고 싶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출마선언 내용을 제시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강 의원은 "전 위원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의 차이가 뭐라 생각하느냐"며 "최 원장은 대놓고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대통령도 감사원에 특정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분이 승승장구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전 위원장은 "제가 왜 사퇴 압박을 받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지적하신 내용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며 뼈있는 농담으로 맞장구를 쳤다.
전 위원장은 특히 '대통령도 특정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최 원장의 국정감사 증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국정 책임자인 행정부 수반이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행정명령으로 사실상 강제력이 있다. 국민 한 사람이 (감사 청구를) 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강 의원이 "권력 시녀 노릇을 해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위원장 생각이 잘못됐다. 그렇게 올곧게 하니 힘든 것 아니냐", "(감사원처럼) 권익위 기조실장이 문자로 용산 대통령실 핵심과 자주 소통하고 대통령실 의중을 적극 반영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비꼬자 전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개인은 편하지만, 권익위는 국민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권익위 대상 감사가 "전 위원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표적감사"(황운하)라고 주장했다. 오기형 의원은 "감사가 6월부터 7주 동안 쭉 이뤄졌는데 이례적이다. 인디언 기우제식 감사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오 의원은 "여러 가지 특정감사가 이뤄지다가 나중에는 직무감사로 바뀌기도 했다. 독특하다"며 "본인에 대한 조사도 없이 전 위원장 쫓아내고자 하는 별별 시도가 다 있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정권의 사냥개로 등장했다. 박정희 때의 차지철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김성주 의원은 임윤주 권익위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감사원 감사 내부제보자가 기조실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물었고, 임 실장은 "제보한 적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임 실장은 '감사원을 방문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유병호 사무총장과 통화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경조사 관련으로는 있었고, 감사 관련은 없다"고 각각 답변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저의 법인카드 내역 등 2년치를 탈탈 털었지만 위법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전 위원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최승재 의원은 "공직사회 부패가 부패인식지수(CPI) 상승을 가로막고 있는데 권익위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며 "권익위가 이런 (본연의) 활동보다는 위원장 관련 논란이 많아 여러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의원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민원 처리 과정이 이례적이고 부적절했다고 전 위원장을 몰아세웠고, 이에 전 위원장이 '질문 취지가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해 언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김건희 조부 한국전 참전 검증해야" vs 국민의힘 "기승전 김건희냐"
권익위와 동시 수감을 한 보훈처 감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처조부의 한국전쟁 참전 이력 주장에 대해 야당의 검증 요구가 나와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본질의 진행 직전 지료제출 요구 발언에서 "윤 대통령 캐나다 순방 중 6.25 참전군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할아버지가 참전 군인이었다는 사실이 김 여사를 통해 밝혀졌다"며 "그런데 김 여사 조부의 참전 여부를 확인하고자 보훈처에 물었더니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없어서 확인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시 대통령실에 물었더니 '김 여사 할아버지의 존함과 생년월일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먼서 "대개 부끄러운 일은 숨기기 마련이고 자랑스러운 일은 내세우기 마련인데 왜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숨겨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보훈처에 사실확인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이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국회의원답지 못한 발언이다.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항의했고, 같은 당 김희곤 의원도 "기승전 김건희냐", "궁금증은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최근 '식민사관' 논란을 빚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SNS 글을 놓고 "조선이 일본제국주의와 싸운 적이 없느냐"고 박민식 보훈처장에게 묻기도 했다.
박 처장은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제가 평가할 수 없다"며 "다만 일제가 우리 조선을 침략했다, 그런 부분은 상식 아니겠느냐"고 답변했다. 박 처장은 '조선이 망한 것이 일본의 침략 때문이냐, 내부에서 썩어서냐'는 추가 질문에는 "아마 말씀하신 분(정 위원장)도 양쪽의 이유가 다 있지 않나 한 것으로…(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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