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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 혐오·성차별로 권력 잡겠다는 정치인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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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 혐오·성차별로 권력 잡겠다는 정치인도 배경"

박지현, 尹·이준석에 민주당 내부도 겨냥… "여혐 발언 민주당 시의원 제명해야"

이른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정치권의 성차별적 인식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 전 위원장은 19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들이 더 억울해하고, 더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기저에는 사실 '좋아하면 쫓아다닐 수 있지'라는 굉장히 그릇된 남성 문화, 또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위치해 있지 않다는 차별 의식, 또 혐오와 성차별을 무기로 권력을 잡겠다는 정치인들도 있고, 또 성범죄를 저질러도 자기 편이라는 온정주의도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혐오와 성차별을 무기로 권력을 잡겠다는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SNS에 쓴 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신당역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당장 버리기 바란다"고 했었다.

박 전 위원장은 라디오 진행자가 '이상훈 민주당 서울시의원도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하자 "이게 지금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나이대 기득권 평균 인식일까 무섭다"며 "이건 여성혐오 발언이 명확하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정말 재빠르게 제명 처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전 위원장은 "진짜 진짜 부끄러워해야 한다.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시민 얼굴에 왜 먹칠을 하고 있느냐"며 "이것은 정말 민주당이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재난에 맞서는 정당이 맞다면 제명 처리를 하는 게, 하루라도 빨리 제명 처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는 "어떻게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 앞에 가해자를 더 걱정하고 두둔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저는 같은 당에 있다는 게 치욕"이라고 했다.

그는 김현숙 여성부 장관이 이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왜 그렇게 보지 않는지부터 소상히 듣고 싶다"며 "이게 어떻게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닐 수 있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일 수밖에 없는 게, 불법촬영, 스토킹 그리고 그게 살인까지 이어진 범죄다. 신당역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그런 식으로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혐오 범죄라는 게 사실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해법도 나올 수가 없다"며 "이번 사건이야말로 정말 특정 성별,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고 여성혐오 살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이상훈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여성운동 진영 전반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스토킹 살인자를 옹호하는 망언을 한 이 의원을 규탄한다"며 "천인공노할 망언으로 공직자의 품위를 크게 추락시킨 이 시의원은 과연 시의원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스스로 의원직을 당장 사퇴하는 것이 서울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고 하니까 여러 가지 폭력적인 대응을 남자 직원이 한 것 같은데.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준비를 했었을 우리 서울시민의 청년일 겁니다'라고 살인범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크게 논란을 일으킨 이 시의원은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우리 여성의 인격에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다"며 "여성 대상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동정보다 오히려 가해자를 편드는 발언들이 먼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성범죄에 대한 안이한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헀다.

지난 17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정치인의 망언은 시민의 권리를 위협한다"며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의 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이상훈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여성은 남성 직원이 좋아한다고 하면 자신의 자율적 의사 판단 없이 응해야 하는 존재란 말인가? 여성이 남성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남성으로 하여금 폭력을 유발케 했다는 말인가? 서울시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서울시의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실언이 아니라 여성을 비주체적인 성적 대상화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은 극악무도한 가해자를 두둔하며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죽음을 모독한 이상훈 서울시의원을 영구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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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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