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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그린 에너지? 전쟁시 최악의 '화약고'…"자포리자 원전 '불장난'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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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그린 에너지? 전쟁시 최악의 '화약고'…"자포리자 원전 '불장난' 멈추라"

방사성 폐기물 저장 건물 등 위험시설 파손 확인…UN "러시아군 철수 후 비무장화"

러시아군이 점거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사찰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시설 곳곳의 파손과 원전 노동자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지적하며 포격 즉각 중단과 이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이 지역의 비무장화를 촉구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간 자포리자 원전 사찰을 진행한 IAEA는 6일(현지시각) 펴낸 관련 보고서에서 자포리자 원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분쟁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하며 "군사적 수단이 유발하는 물리적 피해로부터 원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IAEA는 보고서에서 "포격을 즉시 중단"하고 이 지역을 "즉각적으로 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AEA는 보호구역 설정을 위해 "모든 당사자들의 합의"를 촉구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화상 참석해 사찰 결과를 발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현재 자포리자 원전이 받은 타격은 "나와 전문가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고, 매우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보고서에서 원전과 그 주변 지역의 보호구역 설정을 제안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IAEA 사찰단은 5일 사찰을 마친 뒤에도 2명을 원전에 상주하도록 해 현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는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점거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 일대는 지난달부터 잇따른 포격으로 받으며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극도로 커진 상태다. 최근엔 포격으로 인한 단전까지 연이어 발생하며 냉각장치에 전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위험까지 제기됐다. 포격 주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비난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IAEA는 이번 사찰에서 새 핵연료와 고체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이 있는 건물, 건조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인근의 방사선 모니터링 시스템이 위치한 컨테이너를 포함해 원전 시설에 다양한 손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IAEA는 계속되는 포격이 아직 비상상황을 촉발하지는 않았지만 중대한 안전 문제인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속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사찰단은 이 지역 여러 장소에 러시아군, 군용 차량 및 장비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특히 터빈 홀 등 시설 내부에까지 몇 대의 군용차량이 위치해 있는 것을 목격했다. IAEA는 안전 및 보안 시스템 장비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는 이 차량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찰 결과 원전 노동자들은 러시아군 통제 아래서 "극단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조건"에 놓여 있었다.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방대 등 인원이 거의 절반 가량 줄어든 부서도 있다. 노동자들은 원전 운영 및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교대 근무 제도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 시간을 늘려 가며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었다. 발전소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 등 몇몇 시설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군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점도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안전 위험으로 지적됐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유엔 주재 영국 대사 바버라 우드워드는 자포리자 원전 직원들은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 총구 아래 있는 인질"이라고 말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군 점령 아래 일하는 노동자들이 특히 인력 부족 면에서 상시적으로 높은 스트레스와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안전 관련 실수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AEA 보고서를 지지하며 이 지역의 비무장화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우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시설 주변에서 군사 작전을 멈춰야 하고 이후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군사장비와 인력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 진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포함"한 "이 지역을 비무장화하는 합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최근 포격에 대해 우크라이나 쪽을 비난하고 러시아군이 이 시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한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바실리 네벤자는 안보리 회의에 화상 참석한 그로시 총장에게 "보고서에서 포격의 출처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점거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사찰에 나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새 핵연료와 고체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이 있는 건물 지붕이 손상된 것을 확인하고 있다. ⓒI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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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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