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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폭탄', 유럽은 면적 60% 덮친 가뭄…식량·연료 위기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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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폭탄', 유럽은 면적 60% 덮친 가뭄…식량·연료 위기 가중될 듯

곡물 생산 넘어 수력발전·원자재 운송에도 지장…각 국 정부 '머리 매일 감지 말라' 물절약 당부

영국과 유럽연합(EU) 지역의 60%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이 농업 뿐 아니라 연료를 포함한 물류 운송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과 연료 공급 불안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에선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는 당부가 나오는 등 각 국 정부는 시민들에게 물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7월 유럽 일부 국가가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건조한 기후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영국 전체의 강우량은 46.3mm였는데 이는 7월 평균 강우량의 56%에 불과하다. 1999년 7월(46.1mm) 이후 23년만에 가장 비가 적게 내렸다. 남부와 동부가 특히 건조해 지난달 강우량이 10.5mm에 불과했던 잉글랜드 남부의 경우 1836년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적게 왔다. 이는 7월 이 지역 평균 강우량의 17%에 불과하다. 지난달 영국 중남부는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 폭염에도 시달렸다.

지난달 폭염과 산불로 고통 받은 프랑스도 1959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었다. 7월 프랑스의 총 강우량은 9.7mm로 1991년~2020년 평균보다 85%나 적다. 지난달은 관측 이래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건조한 달이기도 했다. 1961년 3월(7.8mm)이 가장 건조한 달로 기록돼 있다. 가뭄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어 8일 기준 프랑스 전역 101개 수 중  93곳에 물 사용 제한이 가능한 가뭄 경보가 발령됐다. 이중 67곳은 경보 4단계(주의·경보·강한 경보·위기) 중 수위가 가장 높은 "위기" 단계다. 네덜란드는 지난주 공식 물부족을 선언했고 벨기도 1885년 이래 가장 건조한 7월을 겪었다.

유럽가뭄관측소(EDO)의 최신 자료를 보면 7월 마지막 열흘 기준 EU와 영국 전체 토지 면적의 45%가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가뭄 "경고" 상태에 놓여 있고 15%는 토양의 수분 부족으로 인해 식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더 심각한 수준의 "경보" 상태에 놓여 있다. 

가뭄이 지속되자 당국은 시민들의 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의 가뭄 경보 '위기' 단계에 있는 지역의 경우 세차부터 시작해 정원에 물을 주는 것,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것까지 제한을 받는다. 지난달 정부 관계자·농업단체·환경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환경청 산하 가뭄 대응 전담기구(NDG)를 소집한 영국에선 물을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세정할 수 있는 드라이 샴푸를 쓰고 머리를 매일 감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나왔다.

가뭄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넘어 산업 생산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업 생산량 감소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지르는 포 강은 지난 겨울부터 지속적인 강우 부족에 시달리며 일부 지역에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6월 기준 유량은 평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8일 <가디언>은 총길이가 652km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대표적 쌀 생산지인 포강 유역 가뭄으로 재배자들이 생산량이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농민연맹(CIA) 브뤼셀 사무소장 알레산드라 드샌티스는 지난달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곡물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가뭄의 영향을 농업용 관개를 제한하며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프랑스 농업부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전역의 덥고 건조한 기후 탓에 옥수수, 해바라기, 대두의 생산량이 8~9% 감소해 5년 평균을 훨씬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EU 회원국의 총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집행위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프랑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의 작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봤으며 독일·폴란드·헝가리·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등 중동부 유럽의 작황에도 가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뭄이 드문 스위스에서는 낙농업에 비상이 걸렸다. 소들이 풀을 뜯는 고산지대 목초지의 물이 부족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 목초지가 분포한 스위스 중부 옵발덴 지역 알프스 산지에 물이 말라 군용 헬기가 동원돼 소들이 먹을 물을 대량으로 실어 날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고지대에 물이 부족해 일반적으로 9월 이전엔 사용되지 않는 계곡 부근 방목지가 벌써 이용되고 있으며 낙농업자들이 우유와 치즈 생산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연료 의존을 끊기 위해 유럽 각 국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가뭄은 수력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 수요의 20% 가량을 공급하는 북부 산지의 수력 발전 시설의 생산량은 올해 1~5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나 감소했다. C3S는 7월말 포강 수위가 소폭 개선됐지만 수력발전소를 가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감뭄의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으로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류 운송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가디언>은 독일을 비롯해 중부 유럽의 여러 나라를 걸쳐 흐르는 라인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인한 운송 중단을 낳았던 지난 2018년보다 이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강 수위가 낮아 일부 선박은 선적 용량의 4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 채로 운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체는 석유·석탄·기타 원자재를 수송하는 핵심 통로인 라인강 수로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해 석탄 수송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말라 붙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가뭄의 배경에 지구 온난화가 있다고 본다. 온난화 자체가 더 많은 증발을 초래할 뿐 아니라 따뜻한 기후로 식생이 더 빠르게 성장해 더 많은 물을 빨아 들이기 때문이다. 독일 소재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수문학자인 프레드 하터만은 <폴리티코>에 "겨울이 짧아지면서 식물들은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강수량이 동일하다고 해도 더 건조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 가뭄이 서유럽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취리히연방공대 기후역학 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10년에 한 번 꼴로 왔을 극한의 더위가 10년에 3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며 "이런 현상이 격년으로 도래하는 일이 10년 내로 나타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각) 프랑스 서부 마헤브흐통 지역의 가뭄으로 말라붙은 호수에서 장어가 죽은 채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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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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