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지구 온난화를 늦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3700억달러(약 483조원)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에 소요될 재원은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로 충당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각) 미 상원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저소득층과 고령자를 중심으로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충당하는 패키지 법안(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10년간 369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도록 한 이 법안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연방정부의 단일 지출 중 가장 큰 규모다.
법안은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가정집 개조를 지원한다. 또 전력 회사에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 혜택을 준다. 태양광 패널 등 재생 에너지 관련 시설 및 전기 자동차 생산 시설 건설에도 세제 혜택을 줘 관련 설비 생산을 장려한다. 메탄 배출을 줄이는 회사에 대한 지원과 과도하게 배출하는 회사에 대한 제재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도 예산을 배정한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이 조치가 2030년까지 미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5년에 비해 40%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에서 통과된 '더 나은 재건(BBB, Build Back Better Act)' 법안을 축소 수정한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의석을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민주당은 공화당뿐 아니라 당내 결집에도 실패하며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다 당내 핵심 반대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의 설득에 성공하며 이날 당연직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표를 더한 51대 50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향후 맨친 의원 지역구의 개발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개발업자가 환경 관련 문제를 좀 더 쉽게 피해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추진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패키지는 기후 변화 대응을 포함해 4300억달러(약 562조원) 규모의 지출안과 대기업 최소 법인세 부과를 포함한 7500억달러(약 980조원) 규모의 수입안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 패키지엔 의료비 경감 방안도 담겼다. 여기엔 공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고령자의 본인 부담금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하고 고령자는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2026년부터 미 정부가 의약품값을 제약사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해 연방정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약 1300만명의 저소득층 및 중산층이 혜택을 보고 있는 건강보험 보조금 지급 기간도 연장된다.
소요될 재원의 상당부분은 대기업에 대한 과세로 충당될 예정이다. 법안엔 연소득 10억달러 이상을 올리는 대기업의 경우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원 충원을 포함해 연방국세청(IRS)을 지원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탈세도 강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이번 법안에서는 BBB법안이 제시한 유치원 무상교육, 유급 가족 간호 휴가 등 몇몇 복지 정책이 제외됐지만 지난 6월 총기규제법안 통과에 이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의 주요한 승리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법안 통과가 취임 18개월에 걸쳐 이뤄낸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주요 공약 이행"이라며 "정치적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성명을 내 "오늘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가정의 편에 서서 처방약 비용과 건강보험료,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적자를 줄이며,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마침내 공정한 몫을 부담하게 하는 데 투표했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법안은 이번 주 내 하원 표결을 거쳐 최종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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