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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에 매몰된 외교...글로벌 중추국가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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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에 매몰된 외교...글로벌 중추국가 포기했나

[현안진단] 한·미·일의 거침없는 보수외교와 한·중관계

나토 정상회의와 미국의 글로벌 신전략

지난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채택된 신전략개념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인 나토가 러시아를 "중대하고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은 크게 대서양과 태평양 축으로 유지되는데, 태평양 축은 아·태전략의 인·태전략 확장으로, 대서양 축은 나토의 동진정책으로 나타났다. 두 개의 축을 하나로 연결하려 한다. 이런 큰 그림 안에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고 한국이 초대되었으며, 5월 20-22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고 한·미·일 3국 협력이 강조되었다.

단 미국의 이런 글로벌 신전략을 충실히 이행해왔던 일본 우익의 수장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이다. 미국의 신글로벌 전략의 추진 형태와 시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전략의 태평양축 핵심추진체였던 아베의 사망을 한·일관계 차원에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미국의 의지대로 모든 것이 순항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는 시작되었다.

한·미·일 3각 협력, 한동안 무엇을 해도 성과처럼 보인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에 합의한 이후 3국 협력의 여러 가시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6월 7일 서울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개최된 데 이어 6월 11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눈길이 가는 것은 이제 한·미·일 3국의 고위급 정부 당국자들이 큰 신경전 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만난다는 점이다. 한국에 보수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단 한 달 사이에 한국 외교가 완전히 변했다. '자유·평화·번영, 글로벌 중추국가'를 한국 외교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이제 처음으로 한·미·일 모두 '자유'에서 교집합을 찾았다. 앞으로 한·미·일이 함께 하는 모습을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보게 될 것이다.

일단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판 인·태전략의 수립 의지 천명은 한·미·일 관계 복원의 상징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아·태와 인·태 어디에 살지 고민했지만 이제 인·태로 결정했다. 일본의 경우 인·태전략 수립을 위한 초기 역할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태의 확대와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 서두르지 않고 인·태가 실질적인 전략이 되도록 미국과 동맹국들을 설득해나간 것은 일본식 외교의 특장이자 경쟁력이다.

미국의 경우 인·태전략의 실체화에 강한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보면 동맹 및 우호국들과 인·태의 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 차원도 같이 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성을 보인 것이다.

물론 10년 이상 갈등으로 인해 한·일관계를 무조건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며, 이럴 경우 한·미·일 3각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지난 정부의 정책과 의도적 차별화를 기하는 보수 정부가 새로 들어선 이상 한·미·일 협력 중시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지난 한국의 진보정부 5년 간 한·미·일 3국 협력은 워낙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앞으로 한동안은 무엇을 해도 성과가 될 것이며 한·미·일 협력이 잘 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미·일 3국은 향후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아래와 같은 조치들을 생각할 수 있다. 한·미·일 3자 정상회담 및 다영역 소통의 기제화, 3국의 위협인식 공유의 선언들은 크게 어렵지 않은 외교적 조치들이다.

북한의 대한(對韓) 군사적 강경책에 대한 한·미·일 공동의 대응수단 마련은 3국이 ‘가장 잘 하는 분야이고 가장 잘 해보고 싶은 분야’이다. 국방 기술장비 협력, 군사 인적교류, 사이버, 우주에서의 협력은 실질적 협력일 수 있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보수 외교의 거침없는 하이킥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연이어 한국 신 보수정권의 집권을 알리고 대외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원투 펀치였다. 대중 관계에서 우호적 스탠스를 취했던 문재인 전임 정부와는 달리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시하는 거침없는 하이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향후 한국과 나토의 관계는 '주나토 대표부' 신설로 윤 정부 임기 동안 긴밀해지겠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가치연대'에 있어 나토와 어떤 가치 공유를 할지, 어떤 협력을 할지 관심이 크다. 함께하는 협력이 전략적일지 전술적일지, 전면적일지 기능적일지 주목된다. 중국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과 함께 한국-나토 안보협력의 수준을 놓고 한국의 대중(對中) 우호 정도의 척도로 삼을 것이다.

집단 안보가 아닌 포괄 안보로 나토와 협력하겠다는 정부 입장에서 향후 한국과 나토의 협력 범위를 예상할 수 있다. 비전통적 초국가적 안보위협 측면에서 지역 차원 재난구조, 인·태지역에서의 해적 활동 감시와 예방, 코로나 등 다양한 팬데믹 예방 차원의 보건 방역, 정보공유와 신흥안보 등 안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끼워 넣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러시아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바로 중국 차례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 한·일 정상 모두 참석했지만 중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나토를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며 맹비난했으나, 한국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응대한 것은 아직 한국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은 한국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싶지 않다.

한·미·일 협력 강화가 만능보검은 아니다

2010년 나토의 전략개념에는 없던 중국이 2022년에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나토는 러시아와 중국 간 사실상의 동맹관계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으며, 중국의 야망과 강압 정책이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관을 위협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의 군사적 의도가 불투명하며 경제적으로 유럽의 대중 전략적 의존성을 심화시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본다.

이에 중국은 나토의 아·태 지역 국가들을 연계하려는 시도는 소다자 그룹을 포함 패거리를 만들어 냉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은 2년 전만 해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표현한 ‘뇌사’상태였던 나토가 단결하고 속도를 내고 활력을 보이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중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한·미·일 3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그밖에 한국이 포함된 다양한 형식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 한다고 단정한다.

한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처음 언급된 점에 중국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한국의 참여는 미·일의 중국 내정간섭에 한국이 적어도 소극적이지만 영합하는 신호로 읽는다. 미국의 한·일과의 동맹 강화는 분명 중국 포위를 목표로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했지만 미국의 대중 압박 외교와 인·태 전략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윤 정부의 대미관계 경사와 적극적 인·태전략 동참은 미국 주도 동북아 동맹체계의 일치단결을 가져오는 동시 나토와도 점차 동맹화 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임에도 한·중 양국 정부 모두 어떤 축하 분위기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오히려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외교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 균형적 입장을 포기하며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휩쓸려 들어갈지, 미·중 사이 자주성을 유지할지이다. 한국이 한·미·일 3각 협력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중 봉쇄전선에 휩쓸려 들어갈 경우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전략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질서를 지키는 중심 중의 중심이다. 이것이 공고하면 나토의 동진정책은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관계의 가장 약한 고리는 한·일 양국의 모순적 관계이다. 일본의 전략적 그림에 한국이, 한국의 전략적 그림에 일본이 작거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은 그가 추구해왔던 '아름다운 나라 일본' 구상이 의외의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자민당 내 권력의 재구성이 미국, 중국,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시다 총리가 악화된 한·일관계에 좀 더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필수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각을 여기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 외교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면, 그리고 경제안보를 중시한다면 한·중·일 협력도 긴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관점을 넘어서서 적극적인 갈등 완화의 역할을 자임해야 지정학적 유리점을 극대화 할 수 있고 지역 평화와 발전을 이끄는 중요 인자가 될 수 있다. 우리 외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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