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지난해 세계 인구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8억28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코로나19 대유행 뒤 기아 인구가 1억5000만명이나 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굶주림 위기가 가속화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각) 유엔은 2022년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보고서(SOFI)를 발간해 지난해 전세계 기아 인구가 8억2800만명에 달해 2020년보다 4600만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1억5000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세계 인구의 9.8%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2019년 8%, 2020년 9.3%로 최근 들어 증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1년 중 특정 시기에 식량이 바닥나 굶주림을 경험하고 하루 이상 굶어야 하는 심각한 식량 불안에 처한 인구와 돈 혹은 다른 자원 부족으로 1년 중 때때로 식품 소비를 줄여야 하는 처지의 인구가 지난해 세계 인구의 29.3%에 달하는 23억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3억5000만명 증가한 것이다.
4500만명의 5살 미만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어린이의 사망 위험을 12배나 높인다. 또 1억4900만명의 5살 미만 어린이가 만성적 영양결핍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굶주림의 성별 격차는 더 커졌다. 유엔은 지난해 세계 여성 중 31.9%가 식량 불안을 겪은 데 반해 27.6%의 남성이 식량 불안을 겪어 여성이 굶주리는 비율이 4%포인트 가량 더 높다고 밝혔다. 이 차이는 2020년 3%포인트에서 더 벌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경제 회복을 고려 사항에 넣더라도 2030년에도 여전히 세계인구의 8%에 해당하는 6억7000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아가 더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보도자료에서 "이 보고서가 출간된 시점에 곡물, 비료 등의 주된 공급국 두 나라가 얽힌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는 국제 공급망을 어그러뜨리고 심각한 영양실조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한 치료식을 포함해 곡물·비료·연료값을 올리고 있다"며 전쟁 여파로 올해 굶주림 인구가 더 늘 수 있음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분쟁·극단적 기후·경제 충격이 증대하는 불평등과 결합돼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향후 몇 달 간 굶주림에 처한 인구가 더 늘어날 심각한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식량, 연료, 비료값의 상승은 세계 여러 나라들을 기아로 몰아넣을 위협이다. 전례없는 규모의 굶주림과 대량 이주가 발생할 것이고 이 다가오는 재앙을 막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 (WFP),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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