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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현장] 서울광장에 모인 6만 노동자 …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 대회

"더 많이 일해라, 주는 대로 받아라, 노동조합은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당당한 주인으로 살겠노라 모였습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서울광장에 모였다.

2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 '물가폭등·민생 대책 마련, 노동개악 저지. 사회공공성·국가책임 강화,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전국 노동자 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노동자들의 수는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에 달했다. 인파는 서울광장부터 시청 앞, 남대문을 거쳐 경복궁 인근까지 이어졌다. 현장엔 민주노총 소속 전국단위 노동조합들과 강원, 경남, 충청 등 각 지역 지부 및 지회의 깃발이 나란히 줄을 이었다.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들과 전국농민회 등 연대 단체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친재벌 정책 기조"를 규탄하며 △물가폭등 및 민생 악화에 대한 대책 마련 △친기업적 규제완화 정책 등 노동개악 중단 △사회공공성·국가책임 강화 △비정규직 철폐 등을 정부와 경영계에 촉구했다.

▲2일 세종대로에 모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2일 세종대로에 모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같은 시간,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앞에서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기 위한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진행됐다.

지역 간 연대를 위해 영남에서 서울까지 찾아온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10명의 조합원들은 "지금 우리들은 생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며 "거제에서 서울까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함께 해 달라"고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현재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 앞에선 유최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 대우조선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미터(m) 고공에 마련한 0.3평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둔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청지회 측은 사측이 코로나 침체기 이후 '수주 대박'을 이뤘음에도 "20~30년을 일한 숙련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하청노동에 대한 저임금 구조 해결을 요구해왔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이러한 투쟁 맥락은 이날 본 대회의 전체 취지를 관통하는 듯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30%나 깎였다"고 강조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대료는 두 배 세 배 뛰고, 가맹수수료는 재벌의 최대이익을 보장하는데, 460원 오른 최저임금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한다"며 "위기 때도 위기를 벗어난 때도 늘 채워지는 것은 재벌, 부자들의 곳간뿐"이라고 이날 대회의 취지를 밝혔다.

▲2일 전국 노동자 대회 현장엔 10명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방문했다. 유최한 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현재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0.3평 감옥 속에서 영상 편지를 보내왔다. ⓒ프레시안(한예섭)

강규혁 전국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고물가, 전기·가스 요금 인상, 기름값 폭등 등의 현상을 꼬집으며 "화물노동자들은 기름값이 올라서 미치겠는데, 재벌 대기업 정유사들은 돈벌이에 이윤이 철철 넘친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은 곧 노동자에겐 임금 삭감"인데도 "내년도 최저임금은 (물가 상승률인 6%보다 낮은) 5% 인상됐다"는 것이다.

그는 "시국이 이러한데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라 재벌들만 만나고 다닌다"며 윤 정부가 "기업들에겐 법인세를 깎아주고, 부자들에겐 종합부동산세금을 깎아 주며 경제위기를 핑계로 '가진 자들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또한 무대에 올라 "윤석열 정권은 반노동, 친재벌 정권이자 과로사 정권, 최악의 민영화 정권"이라며 "살인적인 물가폭등 속에서 국민은 민생을 살리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노동개악과 민영화 추진 계획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위원장은 특히 윤 정부가 "공공기관 매각에 이어 공공서비스 공급을 민간으로 대체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등 '민영화 백화점'을 열겠다고 한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서비스의 모든 영역을 민영화·영리화하여 재벌에게 잔칫상을 차려주겠다는 것"이라고 윤 정부의 민간 중심 정책 방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현장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연대체로 참가해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연대사를 발언한 하원오 농민총연맹 의장은 "(정부는) 치솟는 물가가 최저임금 때문이라며 노동자를 때려잡으려" 하고 "치솟는 물가가 농산물가격 때문이라며 농민을 죽이려" 한다며 "노동자, 농민 등 민중연대 투쟁을 강화"하자고 호소했다.

세종대로에 운집한 노동자들은 오후 4시 30분께 본 대회를 마치고 서울역, 한강대로, 삼각지역 로터리를 거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했다. 지난 6월 민주노총 중진회의 결과에 따라, 이들은 다가오는 7월 8일에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국단위 노동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일 전국 노동자 대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의 피켓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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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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