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
<한국경제>에서 지난달 30일 낸 기사의 제목이다. 이들은 물류센터의 폭염대책을 촉구하며 쿠팡 본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 조합원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까지 벌이고 있다"며 "경찰의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썼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이날 마신 것은 캔으로 포장된 커피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술판' 기사에 대해 "(한국경제) 기사의 사진에 나와 있는 캔에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며 캔으로 포장된 커피의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커피는 노조 활동을 지지하는 시민이 직접 구매하여 농성장으로 갖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던 쿠팡물류센터 노동자가 해고됐고 휴게시간과 작업장 냉방기 설치를 요구했던 노조 소속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잇따라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에 노조는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해고자들과 노조는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한 바 있다. 쿠팡은 객관적인 업무 평가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하며 점거 농성을 주도한 노조 관계자 10여 명을 형사고소했다.
<한국경제>에서 공개한 사진은 '독자제공'에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 저화질 사진이라 돗자리위에 어떤 음료가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전날 노조에서 공개한 사진에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카페의 스티커까지 붙여있는 캔커피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한국경제>는 기사 제목은 물론 내용도 수정하고 있지 않았다.
문제는 보수 언론들이 사실이 아닌 보도를 인용해 '노조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일보>는 1일 '쿠팡서도 민노총 행패, 尹 정부도 기업도 원칙 대응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총만 안 들었지 테러범들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댓글까지 올라왔다"며 해당 상황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
<조선일보>도 '술판 벌이며 쿠팡 본사 점거한 민주노총... 강제진입 시도하다 보안요원 2명 병원이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실제로 지난 27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대낮부터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시는 민노총 조합원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썼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제목을 수정하고 본문에서 해당 내용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한국경제>가 보도한 사진의 화질이 흐려 기사를 읽는 사람이 직접 캔의 정체 판단하지 못하게 한 점은 기사의 의도가 노조 투쟁 음해임을 알 수 있게 한다"며 "심지어 사진의 출처가 '독자 제공'이라고 되어 있는 점은 더더욱 사진의 출처가 쿠팡 자본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어 "캔에 담긴 음료의 정체가 진실로 궁금했다면 기자로서 노조에 연락하여 직접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단 한 번의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기사는 언론 기사로서 자격 미달"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조는 폭염에도 휴게시간 하나 없이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을 지켜야 하기에 언제나 진실만을 얘기한다"며 "이번 사례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노조는 쿠팡과 자본의 사주를 받은 언론의 꼼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쿠팡 잠실 로비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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