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60원(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하며 1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1만 원'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460원(5.0%) 인상된 것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연봉으로는 2412만696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자·사용자위원과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여해 심의를 진행한다. 노사가 제출한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에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내에서 수정안 제출을 요청한다. 수정안을 놓고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의 단일안(최저임금 금액)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당초 노동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요구했다. 이에 세 차례의 수정 요구안 끝에 양자는 1만80원(노동자위원 안), 9330원(사용자위원 안)으로 간극을 줄였으나 협상에 더는 진전이 없었다.
결국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쪽의 제시안 조정을 위해 심의촉진구간을 9410원~9860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년도 최저임금도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손에 결정됐다. 심의촉진 구간 제시 후에도 노·사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단일안인 5.0% 인상안을 제시한 뒤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노동자 위원인 민주노총 소속 4명은 표결을 거부하며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번째 최저임금 심의는 물가폭등 시기에 동결도 아닌 실질임금 삭감안"이라고 비판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용자위원 9명 전원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비판했으나 표결 선포 직후 퇴장해 의결 정족수는 채운 뒤 기권 처리됐다.
결국, 최저임금 표결에는 한국노총 소속 5명(이상 노동자위원),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이 참여했다. 이 중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을 포함해 기권 10표가 나왔고 찬성 12표, 반대 1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가결됐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최저임금 의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2.2%를 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등하고 있는 물가를 오롯이 반영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6.7%를 기록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법정 심의 시한인 이날 의결되면서 최임위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시한을 지키게 됐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임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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